"1350만원 달러로 환전"…하와이 간다더니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로맨스 스캠' 피해 주장…경찰서 증거 인멸도
검찰, 징역 2년·집유 3년 구형

광주지방법원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달러로 환전하고 경찰서에서 증거를 인멸한 현금수거책에게 검찰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 수거책은 '로맨스 스캠'에 당해 대출금만 받으려 했다며 배심원단에 선처를 호소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1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을 받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A 씨에 대한 변론 절차를 마쳤다.

A 씨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2350만 원을 전달받아 이 중 1350만 원을 은행에서 달러로 환전, 전달책에게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온라인으로 대출을 알아보던 중 알게 된 보이스피싱 조직원 B 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

그는 '거래 실적이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B 씨의 말에 따라 자신의 통장 사본을 넘겼고,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인출한 뒤 은행에서 달러로 바꿨다.

은행 직원은 거금을 환전하려는 A 씨에게 자금 사용처 등을 물었는데 A 씨는 "가족들과 3박 4일로 하와이 여행을 가려고 한다"며 돈을 바꿨다.

A 씨는 환전한 달러를 박스에 싸서 B 씨가 보낸 퀵서비스 기사에게 넘겼다.

A 씨는 남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추가 환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A 씨는 현행범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도중에도 B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경찰에 걸려서 조사를 받게 됐다"고 보고했고, "성실히 수사를 받으면 별일이 없을 것"이라는 B 씨의 말에 따라 수사 도중 대화내역을 모두 삭제했다.

검찰은 "A 씨가 경찰서에서 대화내역을 삭제하는 바람에 B 씨를 붙잡아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피고인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대출을 해주겠다는 이유로 실제 존재하는 은행인지, 은행직원은 맞는지 등 아무런 확인조치 없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완성시켰다"고 지적했다.

A 씨는 SNS에서 유명가수를 사칭하는 다른 인물의 '로맨스 스캠'에 당해 대출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 팬이시라면 도와달라'는 유명가수 사칭범에게 보낼 5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 과정인 줄로만 알았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검찰은 경계선 지능에 있다는 A 씨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검찰 수사 후 지능 검사가 이뤄진 점, 경계선 지능에 있어도 실형과 유죄를 선고받은 유사 판례 등을 제시하며 배심원단과 재판부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최근 캄보디아발 등 보이스피싱 피해와 피해 규모가 너무 막대한데 피해 회복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통상 검찰은 보이스피싱 범행을 완성하는 '현금 수거책'에 징역 5년을 구형하지만, 피고인이 경계선 지능에 있는 점, 로맨스 스캠을 당한 점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로 집행유예를 구형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배심원 평의를 거쳐 A 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