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국가 낙인 안 돼…'비정상 루트' 입국 아니면 안전"
[인터뷰] 비영리 '세상을이어가는끈' 서일권 상임이사
"과도한 공포분위기 조성…현지 공동체 2차 피해"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실종과 감금 사건이 잇따르면서 캄보디아를 향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일부 지역의 여행을 금지하거나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캄보디아를 50여 차례 넘게 방문하며 공익활동을 펼친 '세상을이어가는끈'(세끈)의 서일권 상임이사는 "위험은 국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달 19일 <뉴스1>과 만난 서 상임이사는 이달 7일부터 12일까지 캄보디아를 방문해 깹(KEP) 지역을 돌며 현지 교민들을 만났다.
그가 체감한 현지 분위기는 언론 보도와는 사뭇 달랐다. 새로 개항한 프놈펜 테초 국제공항은 가족 단위 여행객과 비즈니스 방문객으로 붐볐고, 도심과 해안 도시의 거리 역시 평온했다. 숙소·식당·관공서 등 일상 공간 어디에서도 불안한 기류는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비정상적인 이동 경로와 사회경제적 구조가 맞물린 결과"로 봤다.
관광국가였던 캄보디아는 코로나19와 중국발 부동산 위기를 거치며 경제가 침체했다. 빈 건물이 늘었고 태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노동자 수십만 명이 귀국하면서 실업률이 폭증했다. 이런 틈새를 노린 국제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서 상임이사는 라오스·태국·베트남·미얀마와 모두 연결되는 지리적 위치, 느슨한 행정과 부패한 일부 관료 구조가 맞물리며 범죄조직이 활동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서 상임이사는 "교민과 자원봉사자, 일반 관광객의 일상 동선에서는 큰 사고가 없었다"며 "사건의 상당수가 고수익 미끼나 야간 유흥 등 비정상 루트를 통한 유입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지 교민들 또한 "예전보다 국가 전반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생활에선 별다른 불안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서 상임이사는 캄보디아라는 국가 자체가 '범죄국가'처럼 묘사되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두려움보다 따뜻함의 나라로 기억된다"며 "2011년 처음 이주여성 친정방문 지원 캠페인으로 캄보디아를 찾은 이후 지금까지 54차례 이상 현지를 방문했지만 그사이 단 한 번도 분실이나 마찰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최근 여러 논란이 생긴 가운데서도 시장 상인들과 아이들의 인사는 여전히 밝았고, 마을 곳곳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노래가 흘러나왔다"며 "아이들은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이야기하며 한국 문화를 동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캄보디아 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며 언젠가 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과도한 공포 분위기로 봉사·교육·의료 지원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오히려 현지 공동체가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깹 지역의 교육문화센터를 비롯한 여러 도서관 지원과 의료봉사 일정이 연쇄 취소되자, 현지 직원들과 주민들은 '한국인들이 다시 와야 마을이 살아난다'는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를 범죄국가로 규정하면 결국 피해는 아이들과 교민들에게 돌아간다"며 "범죄조직이 자리 잡은 구조적 문제는 엄정하게 다뤄야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선량함은 함께 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끈은 광주에 본부를 둔 비영리 공익단체다. 2012년 라오스 의료봉사로 시작해 2016년 법인을 설립, 2018년 캄보디아에 교육문화센터를 열었다. 캄보디아를 비롯해 미얀마와 몽골 등지에 '아시아 우정도서관'을 세우고 정수장치 지원, 직업교실 운영 등 지속적인 국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breat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