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살리는 젊은 상인 "나눔의 기쁨 알면 멈출 수 없다"
[빛, 나눔] '나눔이 일상' 류명호 꽃마름 광주동림점 대표
골목형상점가 지정 혜택 받아…주민들에게 기부로 보답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서툴고 어렵더라도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면 끊을 수가 없습니다. 돈이 아니어도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나눌 수 있죠. 주민들이 제 가게를 도와주셨으니 저도 지역사회에 보답할 차례입니다."
광주 서구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류명호 씨(42). 광주 서구 동천동에서 음식점 '꽃마름'을 운영하는 그는 가게 사장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는 선한 영향력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 15일 광주 서구 고액 기부자 모임인 서구아너스에 가입했다.
자영업자에게 3000만 원의 기부금을 내놓는다는 것이 선뜻 부담일 수도 있지만 그는 "세금 감면 혜택이 있다"며 웃었다.
지난 6월 광주 서구는 전국 최초로 행정구역 전체를 119개 골목형상점가로 지정, 지역 내 1만 1000여 상점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하게 했다. 주민들은 최대 20%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류 대표는 이에 더해 자신의 가게에서는 10%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는 "골목형상점가 지정 후 매출의 절반 이상이 온누리상품권에서 나왔고, 오랜 침체로 힘들어했던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착한 서구민들 덕분에 골목이 살아난 만큼 기부와 나눔으로 보답하겠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류명호 대표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천동 먹자골목 1번가 상인회장이자, 5개 상인회를 아우르는 연합회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평소에도 나눔의 길을 주변 상인들에게도 알리고 있다. 그 결과 10%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점은 12곳으로 늘었다.
4년째 동천동 보장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며 위기가구 발굴과 어려운 이웃 돌보기도 열정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복날이면 취약계층을 위해 '복달임 선물꾸러미'를 직접 배달했고, 매달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전달했다.
"이웃을 돕다 보니 저도 나눔에 눈을 떴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눔 정신을 알리고 싶습니다."
꽃마름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그는 임산부, 의료인, 장애인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고생한 의료인들을 위한 따뜻한 밥상을 내놓았다.
가게 안에는 '신생아석', '휠체어석' 같은 특별 좌석도 운영된다.
류 대표는 "하루 몇 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서 절대로 매출에 타격이 가지 않는다"면서 "감사한 분들께 당연한 한 끼를 무료로 드렸을 뿐인데, 오히려 착한가게라고 소문을 내주시니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류 대표가 나눔에 마음을 다하는 데는 개인적 사연이 있다. 힘들었던 시절 그의 열정만 믿고 5억 5000만 원을 투자한 후원자가 있었다. 빚은 모두 갚은 상태다.
"사람만 보고 투자해 준 분이 계셨습니다.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언젠가는 사회에 나눠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게를 단순한 수익 창출의 공간이 아닌, '나눔을 실천하는 명함'으로 여기고 있다. 류 대표는 "혹여 폐업을 하더라도 남에게 넘기지 않을 가게"라며 "꽃마름은 저의 시작이자, 나눔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매달 '착한가게' 기부에도 참여한다. 매출액의 일부 금액을 자신이 살고 있는 동에 기부하는 제도다. 이는 취약계층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쓰인다.
"세금으로 내나, 기부로 내나 결국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곳에 쓰이는 게 더 보람차죠. 힘들 땐 많았지만, 이웃과 함께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꽃마름은 이미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나눔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1983년생 젊은 사장은 오늘도 골목과 이웃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고 있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골목경제를 살리는 일도, 복지 틈새를 메우는 일도 연대와 협력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정책적 혜택을 나눔으로 되돌려주신 류명호 대표의 선한 영향력이 골목마다 확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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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내 가족, 내 동네, 내 나라라는 표현보단 우리 가족, 우리 동네, 우리나라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다. 우리들 마음에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어서다. 자신의 빛을 나눠 우리 공동체를 밝히는 시민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