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에 한번 내릴' 물 폭탄에 전남서 사망 1명·대피 2665명(종합2보)

무안 288㎜·어청도 240㎜…보름 만에 극한호우에 수해민 울상
6일 30~80㎜ 비… "극한 호우 가능성도"

4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 한 아파트 주차장이 폭우에 침수돼 주민들이 흙탕물을 퍼내고 있다. 2025.8.4/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전국=뉴스1) 이승현 이재규 최형욱 최성국 이성덕 김세은 김태형 유승훈 장수인 기자 = 3일 밤 쏟아진 기록적인 물 폭탄으로 전국 곳곳에 생채기가 났다.

인명 사고부터 침수 피해와 고립, 대피 등으로 시민들은 밤새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지난달 수해 복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 또다시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수재민은 발만 동동 굴렀다.

하루 300㎜ 가까운 물 폭탄, 200년에 한 번 내릴 폭우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전남 무안국제공항에는 288.9㎜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무안의 8월 평균 강수는 249.0㎜인데 호우주의보가 발효(오후 3시 20분)된 지 반나절, 호우경보로 격상(오후 5시 50분)된 지 3시간여 만에 한 달 평균값을 뛰어넘었다.

이는 200년에 한 번 내릴법한 기록적인 폭우로 기상청은 집계했다.

특히 무안공항에는 1시간 동안 142.1㎜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는데 이 역시 200년 빈도의 역대급 폭우로 분류됐다.

186.7㎜의 비가 내린 광주도 8월 평균 강수가 326.4㎜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새 한 달의 절반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광주·전남을 비롯해 전북 군산 어청도 240.5㎜, 전북 순창 풍산 166.0㎜, 충남 보령 외연도 156.5㎜, 전북 남원 142.7㎜, 경남 화동 화개 119.5㎜, 경남 산청 지리산 117.5㎜, 경남 합천 대병 104.5㎜ 등 서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제8호 태풍 꼬마이가 남긴 수증기와 함께 남쪽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돼 중규모 저기압이 발달했고,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서해상에서 저기압과 충돌하며 순식간에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졌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광주·전남 1명 사망 등 피해 집중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피해 등이 잇따랐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 있는 하천에서 한 6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결국 숨졌다. 그는 비닐하우스 침수를 막고자 굴삭기로 물길을 내던 중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조사됐다.

무안국제공항에선 지붕 누수로 공항 내부 쉘터에 있던 항공기 참사 유족들의 공간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전날 오후 10시 22분쯤 광주대구고속도로 담양터널 방향을 달리던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졌고 이를 발견하지 못한 승합차가 추돌하면서 총 8명이 다쳤다.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던 영산강 일대에서는 32세대 41명이 대피했다가 귀가했다.

이날 오전까지 광주 172건·전남 406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역대급 낙뢰도 동반했다. 하루 동안 광주 317회, 전남 1325회 등 총 1642회의 낙뢰가 관측됐다.

지난 한 해 광주의 연간 낙뢰 횟수는 673회였는데 절반가량이 하루 새 몰아친 셈이기도 하다.

호우경보가 내린 3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성인 무릎까지 잠겨있다. (광주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3/뉴스1
전국 곳곳 침수·대피·고립 등 호우 피해 잇따라

지난달 극한 호우를 겪었던 경남 산청에서는 전날 오후 5시 3분을 기해 전 지역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도내 1810세대 2559명이 대피했고, 이 중 산청에서만 1147세대 1547명의 주민이 117곳의 대피소로 몸을 옮겼다.

전북에서도 침수와 정전, 상수도 파손 등 15건의 피해가 집계됐고 군산·남원·순창·장수에서 주민 88명이 대피했다.

경북 구미에선 야영객 4명이 하천 둔치에서 고립됐다 구조됐다. 고령, 성주, 경산 등 4개 시·군에서 18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피신했다. 김천과 성주, 달성군에서는 산사태 경보·주의보가 내려져 주민 대피가 이뤄졌다.

충남 부여·서천에서도 호우로 빗길 사고가 잇따랐다. 부여 터널 인근에서는 차량이 미끄러져 80대 남성 등 2명이 다쳤다.

충북 청주와 영동에서는 나무 쓰러짐 등 9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울산 역시 도심 도로와 산책로 155곳이 통제됐고 정전과 도로 침수 등 16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남구 삼산동에선 일시 정전이 발생해 35분 만에 복구됐다.

부산은 강풍이 동반돼 아파트 간판 이탈 우려, 정전, 창문 파손 등에 대한 안전조치가 이어졌다.

수요일부터 또 비 소식, 극한호우 가능성

기상청은 6일 오전부터 비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부와 남부 내륙은 이른 시간 강한 비가 내리고 오후와 저녁에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비가 집중되겠다.

예상 강수량은 30~80㎜지만, 비구름이 정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