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 새끼 더 컸네"…최장 9일 설연휴 역·터미널 귀성객 북적
- 이승현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박지현 기자 = "연휴가 길어 가족과 오래 보낼 생각에 마음도 한결 여유롭네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오전 광주송정역. 서울 용산발 KTX가 도착하자 선물과 캐리어 등 짐꾸러미를 한가득 든 귀성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귀성객 대다수가 이른 시간인 만큼 피곤한 기색으로 기차에서 내렸지만 가족들을 만나자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기차 도착 시간을 살피며 기다리던 가족들도 아들, 딸을 발견하자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들어보이며 인사했다.
한 할아버지는 손녀를 품에 건네받고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아이고 내 새끼 더 컸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손녀도 연습해 온 몸집만 한 하트를 선보이며 한동안 역사 내에 웃음꽃이 피었다.
가족과 진한 포옹을 나눈 뒤 차를 타러 이동하는 내내 안부를 묻거나 점심으로 어떤 걸 먹어야 할지 등 대화가 끊이지 않기도 했다.
대합실도 일찍부터 고향이나 가족 곁으로 가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노년 부부는 빨간색과 초록색 보따리에 음식을 한가득 준비한 채 기차를 기다리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문봉식(80)·김덕례 씨(75·여) 부부는 "연휴 내내 세 딸과 7살 쌍둥이 손주들이랑 지지고 볶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며 "손주가 좋아하는 불고기부터 막내딸이 좋아하는 나물 세가지 등 음식을 엄청나게 준비해서 간다. 연휴가 길어 아이들을 오래 볼 수 있어 좋고 마음도 한결 여유롭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광주 서구 광천동에 위치한 유스퀘어 종합버스터미널도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장 9일에 달하는 연휴에 시민들은 밝은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
손에는 저마다 형형색색의 보따리나 짐가방을 든 채로 버스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스티로폼 박스 두개를 들고 경기도 용인행 버스에 몸을 싣던 박성자 씨(63·여)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박스에는 딸이 좋아하는 꼬막과 전, 갈비 등이 담겼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부모님과 가족들을 보러가는 이주 여성도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신조 씨(35·여)는 7살 아들, 5살 딸의 손을 잡고 인천공항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차장에서는 자녀들이 광주를 찾은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20대 딸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나오면 내가 바로 보인다. 기다리고 있으니 천천히 오시라"고 전했다.
귀성객들은 연휴가 길어 넉넉한 마음으로 고향을 찾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송자 씨(71·여)는 "모처럼 서울에 있는 딸네 가족과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손녀가 태어난 지 4개월이라 얼른 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했다.
대학생 최민호 씨(27)는 "취업준비를 잠시 접어두고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보러 광양에 간다. 머리도 식힐 겸 가족과 친구들을 볼 생각에 들뜬다"고 기대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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