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안내하며 '울컥'…5·18 묘역 소장 "빌리 브란트 비견될 행동"
5·18유공자 출신…윤석열 당시 후보 이후 400회 직접 안내
"기성 정치인들 말로만 5월 정신 찾지 말아야" 쓴소리도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야권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시작으로 많은 주요 정치인과 각계 인사를 안내해 왔는데, 전우원씨의 참배를 지켜보며 처음으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향후 5·18에 끼칠 영향을 생각할 때 가장 역사적 의미가 큰 참배라고 생각하며 이날을 위해 지금껏 안내를 해왔다는 감회가 큽니다."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27)를 안내했던 김범태(70)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은 2일 <뉴스1> 취재진에 전씨 참배 의미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전씨가 묘역을 참배하는 행동 하나하나에서 진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김 소장은 "방명록부터가 자신을 악으로 표현하고 영령들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쓴 것을 보고 '이 친구가 진심으로 찾아왔구나'하고 느꼈다. 자신의 외투를 벗어 묘비를 닦거나, 피해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는 모습이 시종일관 진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유대인 학살에 사죄하며 무릎을 꿇었던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사죄보다 뜻깊다. 브란트는 정치인이었기에 나름의 정치적 고려가 있었겠지만 전우원은 할아버지가 전두환일 뿐인 일반인 아닌가. 전우원의 행동이 최세창의 손자, 정호용의 손자 등 5공의 후손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하면 빌리 브란트의 사죄보다 더 교훈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7월12일부터 민주묘지 소장으로 취임한 김 소장은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시민 협상 대표로 참여한 5·18민주유공자이기도 하다.
10년만의 민간인 민주묘지 소장으로 취임한 김 소장은 취임 직후 첫 참배 안내로 당시 야권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맞았다.
이후 956건의 주요 인사 참배 중 372건의 참배를 직접 수행하며 5월을 찾은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5월의 인도자'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5·18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민들이나 학생들이 찾아오면 마다하지 않고 나가 안내하고 있다.
김 소장은 "보통 관리소장은 장관급 이상 인사에 대해 안내를 하게 돼 있지만 저는 가급적 제가 직접 안내를 하려 한다. 대구나 경상도에서 찾아온 시민들에게는 가급적 직접 안내를 하고 5·18의 역사적 의미를 전하려고 한다. 5월 땡볕 아래서 하루 30번도 넘는 안내를 하다 보면 살갗이 새까맣게 타기 일쑤지만 그것이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우원 참배 안내가 가장 진정성 있게 느꼈다는 김 소장은 기성 정치인들의 타성적인 태도를 꼬집으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 소장은 "광주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 진정성을 호소할지 모르겠으나 참배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모여 의례적으로 필수 코스처럼 5·18묘역을 찾지만 정작 산적한 현안에는 광주 국회의원들이 더 무관심했다. 광주를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 중 하나가 묘역인데 지역구 의원부터가 무관심하면 어떻게 전국적인 장소로 성장해 나갈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다시 43주년 5·18민주화운동을 앞두고 김 소장은 실체적 진실을 더 많은 국민들과 공유하겠다는 각오를 내보였다.
5·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은 2020년 23만246명, 2021년 19만5118명, 2022년 29만4424명으로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참배객 수가 회복하면서 올해는 더 많은 참배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소장은 "5·18의 실체적 진실과 역사를 알리는 일은 광주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역할이다. 그러나 광주의 오피니언 리더들부터가 5·18과 묘역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구호만 외치면 될 것인가. 세월이 지날수록 5·18의 실체적 진실에 더욱 관심 갖고 전 국민들에 소개하는 역할에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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