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정몽준 진도 방문…朴은 '환대', 鄭은 '냉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왼쪽)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실종자 가족 천막에서 가족들을 만난 뒤 천막을 나오고 있다. (사진 오른쪽) 2014.5.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왼쪽)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실종자 가족 천막에서 가족들을 만난 뒤 천막을 나오고 있다. (사진 오른쪽) 2014.5.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진도=뉴스1) 박준배 기자 =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맞붙는 박원순 시장과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세월호 참사 29일째인 14일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를 방문했다. 서울시장 선거 등록을 하루 앞두고 진도를 방문한 것은 같았으나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진도실내체육관을 거치지 않고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정 후보의 진도 방문은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직후에 이어 두 번째다.

정 후보는 팽목항에 늘어선 천막을 방문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인 A동 천막과 D동 천막 두 곳을 차례로 방문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 가족들의 잇단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 후보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정 후보가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자 "피해 다니는 것도 일이다 일. 오지 말라는 데 왜 오고 난리야"라며 빠져나왔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실종자 가족 천막에서 가족들을 만난 뒤 천막을 나오고 있다. 2014.5.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실종자 가족들에 따르면 A동 천막에 있던 7~8명의 가족들은 정 후보가 들어서자 4~5명이 밖으로 나가 버렸고 D동 천막은 12명의 가족 중 5명만 남고 모두 나와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어머니 A씨는 뉴스1과 만나 "정 후보가 얘기좀 하겠다고 들어온다길래 싫다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들어왔다"며 "가족들이 화가 나 나가버리고 한 아버지가 '가족외 출입금지' 문구를 떼어다 붙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금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2014.5.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박원순 시장은 정 후보가 떠난 후 1시간 뒤인 오후 8시30분께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수행비서는 밖에 대기토록 한 채 홀로 체육관 안으로 들어와 신발을 벗고 실종자 가족을 만났다. 자원봉사자 한 명만 동행하며 안내했다.

박 시장은 실종자 가족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들의 사연과 하소연을 경청했다. 그는 10여분 남짓 얘기가 끝난 후 자리를 옮겨 다른 가족들을 만나 또 무릎을 꿇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2014.5.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날 박 시장의 진도 체육관의 실종자 가족 방문은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물론 실종자 가족들도 알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본 한 기자가 "박원순 시장 아니냐"고 주위에 확인하면서 알려졌다.

박 시장은 1시간15분 가량 진도체육관에 있던 실종자 가족을 모두 만난 후 9시45분께 체육관을 나서 팽목항으로 향했다.

박 시장은 팽목항에서도 실종자 가족을 만나고 상황실 들러 근무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서울로 향했다. 기자들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물었으나 아무런 말없이 차에 몸을 실었다.

박 시장을 안내한 자원봉사자는 "박 시장이 사진에 찍히거나 언론에 공개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혼자 들어왔다"며 "수행원도 모두 밖에서 기다리고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nofa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