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심장 빠르게 치료할 방법 찾았다…동물실험서 기능회복 확인

생명연 손미영·이미옥 박사팀, 고품질 심근세포 촉진 기술 개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왼쪽)·유원동(가운데)·이미옥 박사(생명연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손미영·이미옥 박사 연구팀이 혈액 속 지질 신호물질이 심근세포의 분화와 성숙을 촉진하는 핵심 신호임을 밝혀내고, 이를 통해 성인 심장에 가까운 기능적 특성을 보이는 고품질 심근세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우리 몸의 핵심 장기인 심장을 치료하는 기술은 의학계의 오랜 숙제 중 하나다. 인간만능줄기세포(hPSC)를 이용해 시험관에서 심근세포(심장근육세포)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나,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세포주에 따라 분화 효율의 차이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소의 혈청을 넣었을 때 줄기세포가 심근세포로 잘 자란다는 점에 착안해 혈청 속 여러 성분 중 생리활성 지질 신호 물질인 S1P와 이를 인식하는 수용체 S1PR1에 주목했다.

지질은 신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생체분자들을 뜻한다. 에너지 저장과 신호전달, 세포막의 구조적 성분 등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만능줄기세포에 S1P 또는 S1PR1 선택적 작용제를 처리한 결과, 90% 이상이 심근세포로 분화했다. 성숙도와 기능적 특성도 향상됐다.

이렇게 자란 심근세포는 어른 심근세포처럼 세포 크기가 커지고 심장을 뛰게 하는 근육 마디가 촘촘하게 정렬됐다. 박동 신호와 전기적 특성은 훨씬 더 규칙적이고 강력해졌다.

반면 유전자 가위 기술 '크리스퍼 카스나인(CRISPR-Cas9)'으로 S1PR1 유전자를 제거한 줄기세포는 S1P를 처리해도 심근세포로 제대로 분화하지 못했다. 이로써 S1P–S1PR1 신호가 심근세포의 분화와 기능적 성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심근경색에 걸린 동물 실험에서는 이번 기술로 만든 심근세포를 이식했을 때 손상된 심장의 펌프 기능 회복 및 섬유화 현상 감소가 확인됐다. 이식된 세포가 심장 조직에 잘 정착하는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기존 줄기세포 유래 심근세포의 한계를 보완하고 성인 심장에 가까운 기능적 특성을 갖는 심근세포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향후 사람과 보다 유사한 조건에서 신약을 평가하는 차세대 플랫폼이나 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 손 박사는 "이번 연구는 혈액 속 신호 물질을 활용해 줄기세포 유래 심근세포의 분화 효율과 기능적 성숙도를 동시에 향상시킨 성과"라며 "향후 사람 유래 심장 모델을 활용한 신약 안전성·유효성 평가와 심장 재생의료 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