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개입했더라면"…천안 11세 사망사건 장애아 관리 허점 드러나
보호자 판단 의존…'특수교육 대상' 구조 기회 놓쳐
풀리지 않는 의문도…외조모, 장애 판정·수당 신청 안해
-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여러 차례 구조될 기회를 놓친 채 학대를 당해 숨진 '천안 장애아동 사망' 사건은 장애 아동 관리의 제도적 허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지난 6일 손과 발에 결박흔을 남기고 11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A 군은 지난 2014년 태어났다. 막 성인이 돼 A군을 낳은 친모는 자신의 엄마에게 의탁했다.
외할머니 손에 맡겨진 A 군은 여느 또래처럼 8살이 되던 2021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있었지만, A 군은 입학 당시 특수교육 대상자가 아니어서 특수 교육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갈등이 잦았고, 적응이 어려워지자 2학기부터는 학교를 빠지는 일이 많았다. 결국 수업 일수 부족으로 A 군은 유급됐고, 친모는 아동 방임으로 신고당했다. 아동학대가 인정되면서 친모는 이 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A 군은 이때 처음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 관리 대상에 올랐다. 가끔 만나던 친모도 이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재입학한 A군은 이듬해 2학기 인근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이후 같은 해 12월 지적장애가 인정되면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장애인 등록은 하지 않았다. 등록은 본인 또는 보호자가 신청해야 하는데, A 군의 외조모는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 등록 시 장애 수당 등 복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한 셈이다.
4학년이 된 2024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3월에는 A 군의 외조모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고,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후 외조모는 A 군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학교에는 의무교육 면제를 요구했다. 학교 측은 기숙형 특수학교 입교를 권유했지만 외조모가 거부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외손자를 키우던 외조모가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는다.
입원 기간 중 의무교육이 유예되던 A군은 올해 4월 병원에서 퇴원 후, 보호자인 외조모의 요청으로 의무교육 면제가 승인되면서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교회에서 생활하던 A 군은 지난 2일과 3일, 잇따라 교회를 벗어나 도움을 요청했지만 분리 조치가 이뤄지기 전 교회 침대에 묶여 38시간 고통을 받다 숨을 거뒀다.
A 군의 죽음은 보호자의 판단에 의존한 소극적 대응으로 비극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동복지법 제15조에 따르면 아동이 2회 이상 학대나 폭행 등을 당하면 법원의 결정 없이도 72시간 동안 가해자와 분리 조치할 수 있다. 특히 학대 흔적이 발견되거나 폭행당한 사실이 확인되면 반드시 담당 공무원이 아이와 동행해 병원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피해 아동에 대해 임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천안시 관계자는 "사례 관리를 통해 보호자에게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안내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교육부·경찰청·천안시·충남교육청 등과 긴급회의를 열어 제도적 공백과 취학의무 유예 등 학교 밖 아동의 관리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은 "고위험군 아동이 보호 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 군을 학대하다 숨지게 한 교회 목사가 14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경찰 수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경찰은 공범인 외조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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