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속도로 화물차 사고, 처벌보다 '스마트 예방'이 먼저

이혜옥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이혜옥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장

매일 수많은 물류가 오가는 고속도로는 대한민국 경제의 대동맥과 같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서운 경고등이 켜져 있다. 최근 3년간 전국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중 무려 46.0%가 화물차 사고에서 비롯됐다. 전체 등록 대수로 보면 승용차가 화물차보다 약 6배나 많지만, 정작 사고 비율은 비슷하다는 점은 화물차 사고의 치사율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대전·충남 지역은 전체 일교통량 중 화물차 비중이 31.5%에 달하는 물류의 요충지다. 그만큼 위험도 집중돼 최근 이 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6명(57.9%)이 화물차 운전자의 원인 제공으로 목숨을 잃었다. 주행 중 튕겨 나간 타이어가 반대편 버스를 덮치고, 고정 장치가 풀린 판스프링이 뒤따르던 차량의 유리창을 관통하는 끔찍한 사고들. 이는 단순한 '운이 나쁜 사고'가 아니라, 정비 불량과 불법 개조가 불러온 '예고된 인재(人災)'다. 이제는 단속과 처벌이라는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넘어, 기술과 문화가 융합된 '스마트 예방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때이다.

'스마트폰'으로 감시하는 촘촘한 안전망

도로 위의 모든 법규 위반을 단속 인력만으로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는 일상적인 순찰 업무와 '안전신문고' 앱을 연계한 '현장 참여형 디지털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전충남본부가 안전신문고를 통해 적발·신고한 화물차 안전기준 위반 사례만 무려 6125건에 달한다. 타이어 마모, 후미등 불량, 판스프링 고정 불량 등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 '6대 중점 요인'을 꼼꼼히 촬영해 신고하는 방식이다. 향후 이러한 공공의 노력에 더해 일반 운전자들의 블랙박스 영상 제보나 저희 공사에서 도입 중인 차량탑재형 AI 자동판별 시스템이 결합된다면, 도로 위의 안전 사각지대는 사라질 것이다.

'전 구간 졸음위험 안내 서비스'로 위험 차단

과거의 졸음운전 예방이 특정 시기에 국한된 단속 위주였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상시적·선제적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민간 내비게이션 회사(아틀란트럭)과 협업해 고속도로 전체 노선으로 '졸음위험(DDI) 안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2시간 이상 연속 운행 중인 화물차 운전자가 졸음 위험 상위 구간에 진입할 경우, 내비게이션을 통해 즉각적인 경고를 보낸다. 단순히 글로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졸음방지 안내 음성, '잠깨쏭', 졸음주의 이모티콘을 시각적으로 표출해 운전자의 집중력을 환기한다. '졸리면 반드시 쉬어가세요'라는 과학적이고도 다정한 안내는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제공하고 있다.

'감성 안전'과 '무상 케어'

단속이 채찍이라면, 운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격려는 당근이다. 대전충남본부는 화물차 운수종사자 보수교육을 통해 안전기준 위반에 대한 홍보를 지속하는 한편, 화물차 휴게소를 직접 찾아가는 '비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무상점검 서비스에서는 타이어 점검, 워셔액 보충뿐만 아니라 화물차 후면에 '졸면 서로 빵빵' 왕눈이 반사지를 부착해 주고 있다. 이는 후행 차량의 전방 주시 태만을 방지하는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도로 위 운전자들 간의 유쾌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넛지(Nudge) 디자인'의 좋은 예시다.

안전한 고속도로는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다. 화물차 사고 예방은 단순히 단속 건수를 올리는 제도가 아니다. 누군가의 퇴근길을 지키고, 어느 가족의 행복한 여행길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시급한 안전장치다. 첨단 신고 인프라와 운전자의 안전 의식, 그리고 공공기관의 체계적인 케어가 삼박자를 이룰 때, 대한민국 고속도로는 비로소 '질주하는 물류 동맥'을 넘어 '가장 안전한 생명의 길'로 거듭날 것이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