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따라 걷다 만나는 '박지원 설계' 하트 저수지…당진 골정지의 봄
박지원의 애민 정신·조선시대 수리 기술 품은 역사 관광지 주목
40년 수령 벚나무·야간 조명 어우러진 당진 면천면 대표 경관지
- 김태완 기자
(당진=뉴스1) 김태완 기자 = 충남 당진 면천면 골정지는 요즘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로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이 저수지의 봄은 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제방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 사이로는 조선시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흔적이 남아 있고, 물길을 다스리던 조상들의 기술은 지금도 지형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당진시가 골정지를 단순한 벚꽃 명소가 아닌 역사·경관 자산으로 다시 꺼내 든 이유다.
당진시는 7일 면천면에 있는 골정지가 봄철 벚꽃 명소이자 역사적 의미를 함께 지닌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골정지는 약 4000평 규모의 저수지다. 제방을 따라 40년 수령의 벚나무가 길게 이어져 있어 만개한 시기에는 수면과 꽃길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만든다. 밤이 되면 조명이 더해져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꽃 사이로 번지는 불빛과 물빛이 겹치며 봄밤의 정취를 한층 깊게 만든다.
이곳은 단순히 경관이 좋은 연못이 아니다. 조선시대 박지원이 면천군수로 재임하던 시절,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조성한 전통 수리시설이다. 버려진 연못을 준설하고 제방을 쌓아 저수지로 다시 살려냈고, 중앙에는 건곤일초정을 세워 향교 유생들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했다.
건곤일초정에는 하늘의 기운이 땅에 닿아 백성이 평안해지기를 바라는 뜻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풍경을 위한 정자가 아니라 민생과 교육, 치수의 기능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었던 셈이다.
과거 돌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흙과 나뭇가지 등을 활용한 제방이 주를 이뤘는데, 직선형 제방은 폭우 시 수압에 취약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상들은 제방을 안으로 감싸는 곡선 형태로 설계해 수압을 분산시켰다.
또한 중앙의 섬(건곤일초정)이 물의 흐름을 완충하고, 중간 곡부가 유속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며 제방의 안정성을 높였다. 이러한 구조가 어우러지면서 오늘날의 하트형 저수지 모습이 만들어졌다.
이 같은 전통 제방 기술은 벽골제, 의림지, 공검지 등 국내 주요 수리시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당진 지역의 합덕제와 삽싸리 방죽 역시 같은 원리가 적용된 사례로 꼽힌다.
탁기연 당진시 문화예술과장은 "골정지의 아름다운 벚꽃과 하트 모양 저수지를 감상하며, 조상들의 슬기로운 제방 축조 기술과 역사적 의미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cosbank341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