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화장품 속 실리카 나노입자, 태아 뇌 발달에 악영향"

생명연-독성연 공동연구로 첫 규명

이산화규소 나노물질의 특성검증 및 중뇌오가노이드 노출 비교(생명연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이미옥 박사 연구팀이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이향애 박사팀과 공동으로 식품·화장품 속 실리카(이산화규소) 나노입자가 인간 뇌 발달 초기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나노물질은 식품을 고르게 섞거나 화장품을 부드럽게 만들고 의약품의 효과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실리카 나노입자 역시 식품첨가물을 비롯해 화장품과 산업 소재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쓰이고 있다.

나노물질은 크기가 매우 작아 우리 몸의 방어벽을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으며 일부 물질은 태반을 지나 태아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보고돼 왔다. 이에 성인에게는 큰 영향이 없어 보이더라도 뇌 발달이 진행 중인 태아나 영유아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과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기존 실험으로는 실제 사람의 뇌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변화를 직접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실제 장기의 구조와 발달 과정을 재현할 수 있는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몸의 움직임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중뇌가 도파민 신경세포가 자라며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한 부위라는 점에 주목했다.

뇌 오가노이드가 자라는 초기 단계에 실리카 나노입자를 노출한 결과, 세포가 대량으로 죽거나 사라지는 등 외형적으로 뚜렷한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뇌의 바탕이 되는 세포들의 증식이 줄어들고 도파민 신경세포로 자라는 과정이 약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또 뇌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간 신호 전달과 신경세포 간 소통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신경세포들이 서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들이 필요 이상으로 활성화되면서 염증과 관련된 신호가 증가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이런 변화들은 즉각적인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뇌 발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식품·화장품·환경 분야에서 나노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성인뿐 아니라 태아와 어린이처럼 발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연구책임자 이미옥 박사는 "사람의 발달 단계를 반영한 정밀한 안전성 평가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위해성 분야 국제 학술지 '유해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됐다.

생명연 이미옥 박사(가운데) 연구팀(생명연 제공) /뉴스1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