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속 면역세포를 천연 항암제로…차세대 고형암 치료 기술 개발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지호 교수 연구팀

지질나노입자를 이용한 CAR mRNA와 면역자극제 동시 전달을 통한 생체 내 CAR-대식세포 생성 및 암세포 사멸 전략 모식도(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우리 몸의 종양 안에는 암과 싸울 수 있는 면역세포(대식세포)가 있지만, 암에 의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한계를 넘어 종양 내부에서 면역세포를 직접 항암 세포치료제로 바꾸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지호 교수 연구팀이 종양 내 대식세포를 항암 면역세포 'CAR-대식세포'로 전환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고형암은 위암·폐암·간암처럼 단단한 덩어리 형태로 자라는 암이다. 면역세포가 종양 안으로 침투하거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워 기존 면역세포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최근 차세대 면역치료로 주목받는 CAR-대식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잡아먹는 동시에 주변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항암 반응을 확산시키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환자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채취한 뒤 배양과 유전자 조작을 거쳐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고 실제 환자 적용에도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양 주변에 이미 모여 있는 '종양 연관 대식세포'에 주목했다.

대식세포에 잘 흡수되도록 설계된 지질나노입자에 암을 인식하는 정보를 담은 mRNA와 면역 반응을 깨우는 면역자극제를 함께 실어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직접 재프로그래밍하는 전략이다.

이 치료제를 종양 내부에 주입하자 대식세포가 이를 빠르게 흡수해 암세포를 인식하는 단백질을 만들고 동시에 면역 신호가 활성화됐다. 이렇게 생성된 '강화된 CAR-대식세포'는 암세포 제거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주변 면역세포까지 활성화되면서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흑색종(피부에 생기는 가장 위험한 암) 동물 모델 실험에서 종양 성장이 뚜렷하게 억제됐으며, 치료 효과가 국소 부위를 넘어 전신 면역 반응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확인됐다.

박지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몸 안에서 바로 항암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개념의 면역세포치료 전략"이라며 "기존 CAR-대식세포 치료의 가장 큰 한계였던 전달 효율 문제와 면역억제 환경 문제를 동시에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한준희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