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난제 '핵 생성' 비밀 풀려…중수소 생성 메커니즘 규명
앨리스 국제공동연구팀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수십 년간 풀리지 않았던 우주의 비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앨리스(ALICE) 국제공동연구팀이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거대강입자가속기(LHC)의 양성자간 충돌실험을 통해 중수소 생성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앨리스는 CERN의 LHC를 이용한 국제공동프로젝트 중 하나로, 빅뱅 직후 백만분의 1초 후 형성됐을 원시 우주를 재현하고 관찰해 우주의 진화과정 및 강한 상호작용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벼운 원자핵인 중수소는 결합에너지가 수 메가전자볼트(MeV) 수준으로 매우 약함에도 수백 MeV 이상의 에너지가 집중되는 초고온 강입자 충돌 환경에서 다량 생성되는 이상 현상이 관측돼 왔다.
이는 쉽게 깨져야 할 약한 결합의 원자핵이 극한의 조건에서도 생성된다는 점에서 핵물리학의 중요한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CERN의 LHC에서 수행된 양성자–양성자 충돌실험에서 생성된 파이온과 중수소 쌍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 입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를 추적했다.
특히 델타 공명입자가 붕괴하며 생성된 양성자와 중성자가 다시 결합할 경우 그 흔적이 데이터에 뚜렷하게 남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관측된 중수소와 반중수소의 약 60%가 델타 공명입자가 붕괴된 이후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공명입자 붕괴의 기여를 포함하면 그 비율은 약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수소가 충돌 과정에서 곧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명입자 붕괴 후 생성된 입자들이 다시 결합하면서 형성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핵 생성 과정을 보다 정확히 기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우주물리와 천체물리 모델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LICE 국제공동연구팀의 한국팀 대표인 권민정 인하대학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수소 형성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췄으나 삼중수소와 헬륨 등 더 복잡한 원자핵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더 큰 규모의 충돌 환경에서 공명입자 붕괴가 핵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비교·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CERN 협력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