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사대부 문학 정수 '유항선생시집'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훼손 없는 국내 유일본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유항 선생 시집'(단국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단국대학교는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소장한 '유항선생시집'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고 2일 밝혔다.

유항 선생은 15세에 과거에 급제한 뒤 여러 관직을 거친 고려 말 대표적인 문신이자 서예가로, 세태 비판과 나라에 대한 우려를 적은 그의 시는 고려 사대부 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보물로 지정된 시집에는 고려 말 대표적인 문인인 권근의 서문, 이색의 묘지명, 우왕의 교서, 윤회종의 발문을 포함해 대표작인 '두미원의 강 언덕(杜美院江岸)' 등 시 146제 218수가 수록돼 있다.

시집을 통해 유항 선생의 생애와 사상, 학문과 인품은 물론 고려 말 사대부의 정치·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고, 조선 초기 시문집 간행과 목판 인쇄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서지학적 가치도 높다.

특히 14세기 말 이전 문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계선(界線), 흑구(黑口), 어미(魚尾) 등이 나타나 여말선초의 목판 인쇄술 변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시집은 둘째 아들 상질(尙質)이 사후 아버지의 시를 모아 엮었고, 유항의 제자인 성석용(전라도관찰사)과 이균(금산 현감)이 1400년(정종 2년) 목판으로 간행했다.

하버드 옌칭도서관, 고려대 만송문고 소장본과 함께 단 3책만 남아 있다. 단국대 소장본은 훼손 없이 체제와 내용이 완전한 국내 유일본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국가유산청은 "단국대 소장본은 서문·발문·판식·구성이 온전해 초간 당시 원형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자료"라며 "고려 시대 문인들의 시문집이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높고, 보물로 지정해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지정 이유를 밝혔다.

단국대는 국학계의 원로였던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1917~2000) 선생으로부터 시집을 기증받아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소장해 왔다.

박성순 석주선기념박물관장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지정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그 학술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해 온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의 노력을 인정받은 뜻깊은 성과"라며 "시집의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 공개를 통해 한국 고전학 연구 발전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