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실 점거 농성 100일…"관장 사퇴 전까지 안 나간다"

'농성 주도' 이해석 씨 머리 덥수룩, 간이침대·밥솥 등 갖춰
"김형석 부적절 언행 확인…시민사회 연대해 끝까지 싸울 것"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관장실 점거한 이해석 민족통일 광복회 이사가 관장실 앞에서 100일 동안 숙식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2025.11.27. ⓒ 뉴스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관장실 점거 농성이 시작된 지 100일이 지났다.

이재만 독립지사의 후손, 이해석 민족통일광복회 이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역사 왜곡 발언한 김형석 관장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지난 8월 20일부터 농성을 해오고 있다.

농성 100일째인 27일 이해석 이사는 여느 때처럼 관장실이 있는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 4층 회의실 한편에서 몸을 일으켰다.

농성 시작 때 열대야에 시달렸던 밤공기는 차가워졌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자른 머리카락은 길게 자랐고 가방 하나에 책 2권, 속옷 몇 가지만 챙겼던 짐은 간이침대와 밥솥 등 가재도구로 늘어났다.

이해석 이사는 "그동안 맨바닥에서 잤는데 어제 아내가 간이침대를 장만해 왔다"며 "관장이 집에 가기 전까지 먼저 집에 가지 않겠다는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 길어질지는 몰랐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후손들이 자리를 지키면서 관장실도 100일 동안 굳게 닫혀 있다.

후손들의 바람과는 달리 김형석 관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관장실 점거 농성은 100일 동안 적잖은 성과를 얻었다고 했다. 점거 농성이 시작되면서 김형석 관장이 주목받았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김 관장의 기행이 드러났다는 것.

후손들은 관장 취임 후 기독교 단체나 지인 등을 초청해 기념관을 사적 사용하거나, 종교 시설에서 내란 옹호, 독립정신 훼손 발언 등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국가보훈부 감사가 진행돼 12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해석 이사는 "독립기념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도 독립 역사를 왜곡하고, 독립투사를 조롱한 김형석의 부적절한 행태가 지난 100일 사이 드러났다"며 "풍찬노숙하며 버틴 우리의 의지로 만든 성과"라고 자평했다.

100일 전 함께 점거를 시작한 또 다른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60일을 채우고 떠났지만 역사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점거 농성 100일을 맞아 겨레누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석 관장이 퇴진하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석 이사는 "매일 밤 차가운 맨바닥에서 잠을 청하며, 독립운동가들의 피땀 어린 투쟁을 되새기려 노력했다"며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평가 절하하고 자리를 지키려는 욕심으로 일관하는 김형석이 사퇴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장실 점거 농성 100일을 맞은 27일,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 앞에서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27. ⓒ 뉴스1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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