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단순 마음·뇌 문제 아냐…면역-신경 축 불균형이 핵심"

KAIST-인하대 연구팀 분석

주요우울장애 여성에서 임상증상, 혈액 분석 및 환자 유래 뇌오가노이드 분석 통합(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한진주 교수 연구팀이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김양식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우울증이 몸 전체 면역 반응과 깊이 연결돼있고 면역-신경 축 불균형이 핵심 기전임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주요우울장애는 특히 젊은 여성에게서 과다수면, 과식 등 비전형 증상으로 자주 나타나며 이 경우 추후 양극성 장애로 진단을 받을 위험도 높다. 또 환자의 약 40%는 여러 항우울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치료불응성 우울증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일반적 우울증과 반대로 나타나는 비전형 양상과 현실 판단 능력이 흐려지는 환청, 죄책감 등 정신증상을 보이는 여성 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 분석, 단일세포 분석, 환자 유래 뇌 오가노이드(미니 뇌)를 결합한 멀티-오믹스 분석을 수행했다.

혈액 속 면역세포 유전자 변화와 신경 관련 단백질 변화를 동시에 살펴본 결과 우울증 환자에서 면역-신경 상호작용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혈장 단백질체 분석, 백혈구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환자 혈액 기반 유도줄기세포(iPSC)에서 만든 뇌 오가노이드 분석을 통합한 세계 최초의 정밀의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실험에서 비전형 우울장애 환자들은 높은 스트레스·불안·우울 수준을 보였고 뇌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데 중요한 단백질(DCLK3, CALY)과 몸의 면역 반응을 강하게 만드는 '보체 단백질 C5'도 증가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우울증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와 연결돼 있다는 단서가 확인됐다. 몸 전체의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가 우울증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한 교수는 "이번 성과는 정신질환 연구에 새로운 정밀의학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생체지표 발굴과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