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모욕마라" 김형석 관장 출근 막아선 후손들

김 관장 21분간 대치하다 발길 돌려…역사 문제 언쟁하기도
후손들 "김형석은 이미 퇴출…독립기념관 바로 세워야"

25일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 앞에서 출근하려는 김형석 관장을 독립운동가 후손이 막아서고 있다. 2025.8.25/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독립운동가의 목숨을 가벼운 혀로 평가하지 마라"

25일 출근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사퇴를 촉구하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거센 항의에 막혀 관장실로 들어가지 못했다.

지난 20일 이후 국회 예산결산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한 김형석 관장은 5일 만에 기념관으로 출근했다.

관장실이 있는 겨레누리관에서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지난 20일부터 김형석 관장 퇴출을 촉구하며 6일째 관장실을 점거하고 있었다.

후손들과 역사·시민단체 회원들로 결성된 '역사독립군 국민행동'은 김 관장 출근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아침 일찍부터 겨레누리관 앞에 모여 김형석 관장 출근 저지를 준비했다.

오전 9시 김형석 관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김 관장이 발을 떼지 못할 정도로 주위를 에워쌌다.

김 관장이 전진하려 할 때마다 관장을 보호하려는 방호 직원들과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행히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후손들은 방호 직원을 사이에 두고 김형석 관장을 향해 '물러가라'거나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출근길을 막아섰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25일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출근을 하다가 출근 저지 시민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25.8.25/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김형석 관장은 후손들과 역사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긴 침묵을 유지하던 김형석 관장은 "독립운동가들은 손가락이 잘리고 피를 흘리며 나라를 지켰다. 그들의 목숨을 가벼운 혀로 평가하지 말라"며 "지난 22일이 남자현 독립운동가가 순국한 날이다. 이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분의 구체적인 활동을 누가 어떻게 밝혔는지 읽어보고나 얘기하라"고 되받았다.

남자현 열사는 3·1만세 운동 이후 만주로 넘어가 독립운동 단체와 군사기관을 순회하며 민족의식을 고취한 여성 독립운동가로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다. 그는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느니라"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관장은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서도 "언론이 왜곡 보도한 것"이라며 반박하면서 실소를 터뜨리거나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14분 동안 대치하던 김 관장은 차량으로 발길을 돌렸고, 김 관장이 탑승한 차량이 출발하자 일부 후손들이 차량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김 관장 차량은 7분간 대기하다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해 빠져나갔다. 그는 관내 다른 시설로 이동해 업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영 역사독립군국민행동 사무총장은 "이미 김형석 관장은 국민의 이름으로 퇴출을 시켰기 때문에 기념관에 발붙일 수 없다"며 "출근 저지와 함께 독립기념관에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량을 모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관장은 이날 출근과 함께 직원들을 향해 "불법적으로 관장실을 점거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임기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임기 완수 의지를 밝혔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25일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출근을 하다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출근저지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2025.8.25/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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