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추념 담긴 ‘삽교천 기념탑’ 43년 만에 철거

농어촌공사, “보수 진행중 탑 흔들…인명피해 우려해 철거”
최규하 전 대통령이 삽교호 준공 1980년 세워…무궁화 문양은 보존

철거 전의 ‘삽교천유역농업개발기념탑’ 모습. 한국농어촌공사는 탑이 흔들리는 등 전도 위험으로 인해 보수공사를 중단하고 지난 12일 철거공사를 마쳤다.(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 제공)/뉴스1

(대전ㆍ충남=뉴스1) 이찬선 기자 =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 전 마지막으로 참석한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을 기념해 이듬해인 1980년 5월 1일 최규하 전 대통령이 건립한 ‘삽교천유역농업개발기념탑’이 철거됐다.

22일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공사를 시행해 높이 17m의 ‘삽교천유역농업개발기념탑’을 지난 12일 철거 완료했다.

공사는 “당초 보수공사를 위해 비계를 설치하였으나 보수과정에서 기념탑이 흔들리는 등 전도 위험이 제기돼 철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전문업체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려 했으나, 탑은 안전진단 대상 건축물로 분류하지 않아 검토끝에 철거를 결정했다”며 “탑의 대리석이 떨어지는 등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전도위험으로 인해 철거했다”고 말했다.

철거 직전 사진 모습에는 기념탑 중간 부분의 ‘탑’ 글자가 탈락돼 있다.

기념탑 하단 무궁화 문양석 부근에는 철탑 내부의 부식된 철근에서 녹물이 흘러나와 오랫동안 부식이 진행된 상태였다.

1980년 5월 1일 탑을 준공하면서 설치한 머릿돌이 철거공사를 위해 삽교천기념탑 주변에 옮겨져 있다.2023.05.20./뉴스1ⓒ 뉴스1 이찬선 기자

다만 공사는 기념탑의 무궁화 문양석과 최규하 전 대통령이 세운 기녑탑 머릿돌을 보관해 역사자료로 남기기로 했다. 당진시 관계자는 “무궁화 문양 작품은 군에서 차후 활용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탑은 박 전 대통령 서거 6개월 뒤인 1980년 5월 1일 세워졌다.

기념탑 머릿돌에는 ‘1979년 4월 13일 기공해 1979년 10월 26일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 우람한 호수를 삽교호로 명명하고 준공했다. 최규하 대통령이 고 박정희 대통령을 추념하는 뜻으로 이 탑을 건립했다’고 쓰여있다.

삽교천방조제는 길이 3360m로 1976년 12월에 착공해 1978년 3월 최종 물막이 작업에 성공, 1979년 10월 완공됐다. 168억원의 사업비와 연인원 33만6000명이 동원됐다. 방조제는 당진·아산·예산·홍성의 4개군 22개 읍·면 지역 2만 4700㏊를 개발하기 위해 조성됐다. 총 저수량은 8400만 톤으로 삽교호 유역면적은 16만3950㏊에 이른다.

철거된 ‘삽교천유역농업개발기념탑’ 주변에서 지난 20일 인부들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2023.05.20. /뉴스1ⓒ 뉴스1 이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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