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는 왜 농업을 지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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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ㆍ충남=뉴스1) 전용석 농협대전지역본부장 =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글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란 말이다.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은 ‘세상의 중요한 바탕, 나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라는 뜻이다. 곡물을 심고 거두는 일이 제대로 되어야 백성의 삶이 풍요롭고 국민의 생이 안정되어야 국가가 잘 다스려지므로 그만큼 농사에 힘써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농사는 천하의 대본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진리입니다. 식량품, 의복,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생산에 기대지 않는 것이 없느니 만큼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입니다”는 글도 있다.

이 글은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농업박물관 앞에 돌로 새겨진 매헌 윤봉길 의사의 농민독본에 나오는 내용이다.

“농업은 먹거리의 근본으로 백성의 이익”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업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 밖에 여러 곳에서 그 역사적 기원 및 문헌을 찾아볼 수 있다.

기독교 교리에는 농민은 식량을 생산하는 근면한 사람들로서 ‘신의 선택을 받은 자(the people chosen by God)’로 여겼다.

세종대왕은 “국가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을 남겼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발전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할 수는 있으나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하였다.

이처럼 농업부문이 강조되는 이유는 농업은 식량산업이고 먹고 사는 문제는 인간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지난날은 오랜 세월 유랑에 따른 굶주림과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유랑세월에서 한 지역에 정주하면서 농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정주에 따른 채집과 수렵의 발달로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인류만이 가지는 문화라는 용어가 경작(耕作)을 뜻하는 라틴어 쿨트라(cultura)에서 파생하였다. 이러한 것만 보더라도 농업은 문화의 근원이며 삶의 동력임을 알 수 있는 사항이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건국 신화에 ‘농업의 신(神)’ 이 나오는 것을 보면 농업이 한 국가를 구성하는 시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가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하고 조달하는 것은 건국과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던 것이다.

그럼 왜 우리가 농업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생명산업인 농업은 1차적으로 먹거리로서 식량안보적 기능에서 국가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고 본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바다 속 잠수함이 언제 물 밖으로 나오는가에 대한 질의에 식량이 떨어졌을 때”라고 한다. 미국 농무장관이었던 댄 글릭맨이 99년 5월 세인트루이스의 세계농업포럼에서 한 말이다. 4차 산업 시대에 아무리 기술발전이 이루어져도 지구상 어느 기술도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필수품인 식량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토의 70%가 산지이며 경작면적은 159만 헥타르(호당 경작면적은 1.56ha)에 불과하다. 쌀은 103%로 자급하고 있으나 사료를 포함한 기타 곡물자급률은 23.4%에 불과한 실정이다.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3.1%이며 특히 콩, 옥수수, 밀은 9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곡물의 교역량은 생산량에 비해 15% 내지 20%에 불과해 언제든지 투기적 요소가 되며 무역거래에서 상대국을 곤경에 빠뜨리는 무기가 된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과의 무역보복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 간 갈등이 생길 경우 식량안보 측면에서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스위스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식량자급률이 100% 이상이 되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식량자급률이 떨어진다면 외국에 더욱 의존할 수 없는 사항으로 우리는 식량종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

농업은 생산 활동을 통해 부가적으로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창출한다. 환경보전과 경관보전 그리고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인프라이며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문화자원이 되기도 한다. 식수 등 수자원을 함양하고 대기 오염가스를 흡수하고 논 농업은 빗물을 저장하는 등 화폐로 계산할 수 없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하여는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외국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OECD에서도 농업의 비교역 가치에 대해 다원적기능(Multi-Functionality)을 수행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미국도 1930년 대 부터 지속적으로 농업부문에 대한 보조와 지원을 해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EU국가들은 농업소득의 절반이 정부보조금이며 스위스는 식량안보를 농정의 최우선 과제로 연방헌법에 식량안보에 관한 사항을 보호조항으로 두고 있음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의 역할이 위축되면 공익적 기능 및 농업의 다원적 기능도 축소될 수 있다. 우리 후손들이 깨끗한 환경과 자연에서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할 책임이 현 세대인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농업을 지키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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