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돈 선거' 연루 안동농협 대의원들, 보궐선거 출마에 투표권 행사

대의원 140명 중 134명, 금품수수 혐의로 입건 수사받아
대의원 일부 보궐선거 출마…수사 중인 134명 투표 가능

안동 농협 전경.(안동 농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8.28/뉴스1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10억 원대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들이 경북 안동농협 임원 선거에 또 출마한다. 사건에 연루된 상당수 대의원들도 다시 투표권을 행사하게 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8일 안동농협과 경찰 등에 따르면 오는 9월 4일 치르는 안동농협 비상임이사 보궐선거에 32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지난 3월 선거에 17명이 출마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 3월 비상임이사 선거 당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후보자와 대의원 등 162명이 경찰에 입건됐고, 경찰 수사를 받게 된 비상임이사 당선자 8명이 사퇴하면서 치르게 됐다.

문제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현직 대의원 4명 중 2명이 지난 3월 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의원 100여 명에게 7000여만 원을 준 혐의로 입건된 낙선 후보도 다시 출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총 140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선거에서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의원 134명이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한다.

현행 농협법과 관련 규정상 수사를 받거나 피의자로 입건된 이유만으로 대의원 자격이나 선거권·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없어서다.

경찰 수사와 사법적 판단이 끝나기 전 같은 사건의 피의자들이 후보와 선거인으로 다시 만나는 현행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지난 3월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대의원 1명당 수십만 원, 약 10억 원의 금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논이나 밭, 목욕탕 탈의실, 차량 등지에서 5만 원권을 말아 악수하는 것처럼 건네는 수법 등으로 금품을 뿌렸으며, 여러 후보에게 돈을 받아 수수액이 1000만 원을 넘는 대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 측은 혼탁 선거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 보궐선거의 선거운동을 문자메시지로 제한하고,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 불법 선거행위를 신고하면 최고 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며 조합원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재출마 등에 따라 불법 금품선거가 재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담 인력을 보강해 후보자와 대의원 주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돈 선거 때문에 다시 선거하는데 수사 대상자가 후보로 나오고 금품을 받았다는 대의원들이 다시 투표한다면 조합원들이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공명선거 결의만 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허점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농협 비상임이사는 고정급여를 받는 상근 임원이 아니지만 임기 4년 동안 이사회에 참석해 조합의 주요 사업과 경영 방침 등을 심의·의결하고 회의 참석 수당을 받는다.

조합원 7000여 명, 총자산 2조 원 규모의 안동농협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자리인 데다 지역 농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향후 조합장 선거 출마를 위한 발판으로 여겨져 경쟁이 치열하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