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거제·통영, 가뭄 여전 영남 내륙…'물 양극화' 극심
강수량 거제 665㎜·영천 65㎜ 10배 차
경남 농업용수 제한 해제…밀양댐·운문댐 아직 비상
- 김대벽 기자
(안동=뉴스1) 김대벽 기자 = 경남 거제와 통영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지만 비가 일부 지역에만 집중되면서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내륙의 가뭄은 여전하다.
경남지역의 농경지와 울산지역의 물 사정은 다소 나아졌지만 밀양댐과 운문댐 등 주요 용수댐의 저수율은 여전히 낮다.
같은 영남권에서도 한쪽은 침수 피해를, 다른 한쪽은 농업·생활용수 부족을 걱정하는 '물 양극화'가 벌어진 것이다.
19일 기상청과 경남도·경북도·울산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 15~18일 경남지역의 평균 강수량이 239.9㎜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거제 664.8㎜, 통영 541.5㎜, 고성 377.3㎜를 기록했다.
거제에는 시간당 124.5㎜, 통영에는 시간당 97.4㎜의 폭우가 쏟아져 두 지역 모두 관측 이래 1시간 최다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거제의 강우 강도는 200년, 통영은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으로 분석됐다.
반면 경북 내륙에 내린 비는 가뭄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15~17일 경산 84㎜, 청도 75.5㎜, 고령 73㎜, 경주 67.1㎜, 영천 65.2㎜, 영주 58.5㎜, 성주 53.5㎜가 내렸다.
거제와 영천의 누적 강수량 차이는 약 10배, 통영과 청도는 7배에 달한다.
경남 남해안과 경북 내륙의 집계 종료 시점에는 하루가량 차이가 있지만 이번 비가 거제·통영을 중심으로 남해안에 편중됐다는 점은 뚜렷하다.
강수량 편차는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경남지역 저수지 593곳의 평균 저수율은 지난 11일 34.1%에서 18일 50.1%로 16%p 상승했다. 그러나 평년 저수율(69.2%)와 비교하면 72.5%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밀양지역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32.7%로 평년(71.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밀양댐 저수율도 33.3%에 그쳐 가뭄 '경계' 단계가 유지됐다.
경남의 농업용수 제한급수는 이번 비 이후 모두 해제됐다. 하지만 밀양·의령·창녕은 가뭄 '경계', 김해·하동·산청·거창·합천은 여전히 '주의' 단계다.
생활용수는 농업용수와 사정이 다르다.
경남의 광역·지방상수도는 정상 공급되고 있지만 비가 내리기 전 통영 도서지역과 밀양·거제·양산·하동 일부 등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26개 마을에서는 시간제 급수가 시행됐다.
가뭄으로 발생한 농작물 피해도 비 한 번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경남에서는 단감·사과·배·벼·콩 등 1955.6㏊에서 잎 마름과 생육 부진, 과실 비대 불량 등 가뭄 피해가 신고됐다.
반대로 이번 폭우가 집중된 거제·통영 등지에서는 농경지 365㏊가 침수되는 등 가뭄 피해와 호우 피해가 동시에 발생했다.
대구·경북은 이번 비에도 댐과 저수지의 물 부족이 여전하다.
지난 17일 기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경북지역 저수지 688곳의 평균 저수율은 43.6%로 전날 42.9%보다 0.7%p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평년 저수율(68%)의 64% 수준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66.2%)보다도 22.6%p 낮다.
대구지역 농업용 저수율도 44.6%에 머물러 논밭의 토양 수분을 보충하는 효과는 있지만 농업용수 공급 여력을 회복할 정도는 아니다.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다목적·용수댐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청도 운문댐 저수율은 24%에 그쳤고 영천댐 32.4%, 보현산댐 15.8%, 김천부항댐 23.6%, 군위댐 26.7%, 성덕댐 29.4%다. 또 안동댐은 39.6%, 임하댐 41.7%, 영주댐은 44.5% 수준이다.
운문댐 유역에는 지난 16~17일 68.8㎜의 비가 내렸지만 저수율은 24% 안팎에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고 평년 저수율(52.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천댐 저수율도 평년(50.6%)보다 18.2%p 낮다.
짧고 강하게 내린 비가 지표를 따라 하천으로 빠르게 흘러간 데다 장기간 메마른 토양이 빗물을 먼저 흡수하면서 강수량이 곧바로 댐 유입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년간 누적 강수량은 대구가 617.1㎜로 평년의 57.1%, 경북은 927.1㎜로 평년의 78.4%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생활·공업용수 가뭄은 대구 북구·동구·수성구·달성군과 경북 영천·경산·청도·칠곡 등 8곳에서 '경계' 단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대구 중·서·남·달서구와 경북 10개 시·군은 여전히 '주의' 단계다.
다행히 대구·경북지역의 수돗물 제한급수는 시행되지 않았다. 운문댐의 용수를 비축하기 위해 대구는 낙동강 대체 원수를 하루 최대 10만 7000톤, 경산은 금호강 원수를 하루 최대 6000톤 공급받고 있다.
청도와 영천은 마을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의 수위 저하에 대비해 급수차와 병물을 확보하고 비상급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운문댐 저수율이 더 떨어질 경우 금호강 원수를 대구에 추가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울산은 이번 비로 가뭄 상황이 한 단계 완화됐다.
지난 15~18일 울산에는 지역별로 81~173.8㎜의 비가 내렸다. 농업용 저수지 82곳의 평균 저수율은 지난 14일 32.6%에서 18일 39.4%로 6.8%p 올랐고, 회야댐 저수율도 41%에서 57.1%로 높아졌다.
울산은 울주군의 가뭄 단계를 '경계'에서 '주의'로, 나머지 구·군은 '주의'에서 '관심'으로 낮췄다.
양수기와 살수차 등 농업용수 지원 장비는 철수했고, 현재 제한급수 없이 정상적으로 생활용수가 공급되고 있다.
다만, 울산의 농업용 저수율이 40%를 밑도는 만큼 추가 강수가 없으면 가뭄 단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영남지역의 벼는 출수기, 사과·배·단감·포도 등 과수는 과실 비대기와 성숙기에 접어들어 물 수요가 많은 시기다. 가뭄이 다시 이어지면 벼 이삭의 여묾 불량과 과실 크기 감소, 낙과, 햇볕데임 등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이장 최 모 씨는 "이번 비에도 저수지가 충분히 차지 않았다"며 "산에서 물이 내려와야 저수지가 차는데, 이 정도 비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경북의 청도군 농민 A 씨는 "논과 밭의 표면만 젖은 정도"라며 "댐과 저수지를 채울 비가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가뭄 해소 여부를 단기간 강수량보다 댐·저수지 유입량과 평년 대비 저수율, 앞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일수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 비로 경남과 울산 농경지의 급한 불은 상당 부분 꺼졌지만 대구·경북과 경남 내륙의 댐·저수지에는 물이 충분히 차지 않아 가뭄이 장기화되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dby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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