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비로는 어림도 없어"…단비에도 목 타는 경북 농민들
"하루 140박스 나오던 오이 수확량 10박스로 급감"
농업용수 공급하는 도남지 저수율 여전히 '0%'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이 정도 비로는 어림도 없다."
긴 가뭄 끝에 65㎜의 단비가 내렸지만 대구 북구 도남동 농민들의 시름은 가시지 않았다. 하루 140박스씩 나오던 오이 수확량은 10박스로 급감했고,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는 여전히 저수율 0%를 벗어나지 못했다.
18일 오전 찾은 도남동 일대에서는 40~50개 농가가 논밭을 일구고 있었다. 20여 년간 이곳에서 오이 농사를 지었다는 권 모 씨(70대·여)는 최근 내린 비에도 한숨을 내쉬었다.
권 씨는 "한창 오이를 따야 할 시기라 하루 140박스씩 나왔는데 오늘은 10박스밖에 수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어 둘의 인건비를 빼더라도 농약값과 박스값 등을 생각하면 남는 게 없다"며 "이웃 농가는 대출까지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도 한숨만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비닐하우스 바닥에는 제대로 자라지 못해 상품성을 잃은 오이가 수북하게 버려져 있었다. 버려진 오이가 수확한 오이보다 많았고, 권 씨의 수확용 수레에는 오이 30여 개만 덩그러니 담겨 있었다.
인근 논도 사정은 비슷했다. 최근 내린 비로 물이 고인 논도 간혹 보였지만, 대부분은 땅이 축축하게 젖는 데 그쳤다. 벼는 잎끝부터 누렇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청도 금천 93.5㎜, 경주 외동 91.5㎜, 청도 89㎜, 경산 85㎜, 대구 달성 84㎜, 경주 산내 80.5㎜, 대구 동구 69.5㎜, 대구 북구 65㎜로 집계됐다.
하지만 도남동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도남지의 저수율은 지난 3일부터 0%에 머물러 있다. 최근 내린 비로 저수지 일부에 물이 고였지만 공식 저수율은 0%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칠곡지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도남지 저수율이 0%까지 떨어진 적이 없었다"며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대구 서구·중구·남구·달서구는 가뭄 '주의', 달성군·수성구·동구·북구는 '경계' 단계다. 군위군만 '정상'으로 분류됐다.
경북에서는 안동·구미·김천·포항·경주·상주·예천·성주·고령이 '주의', 영천·경산·청도·칠곡이 '경계' 단계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경북의 누적 강수량은 939.2㎜로 평년의 79.4% 수준에 그쳤다. 대구는 평년의 57.5%인 621.2㎜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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