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손에 건네진 하회탈…안동 장인 손 끝으로 빚은 외교
외교부 긴급 요청에 2주 만에 9점 제작…"작품의 정성 잘 전달됐으면"
- 신성훈 기자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매일 밤늦게까지 작업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지난 19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일본 총리에게 선물한 하회탈 액자. 그 하회탈을 만든 류호철 작가(50)는 20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소탈하게 웃었다.
정상 간 외교 선물로 건네진 하회탈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었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나고 자란 장인이 국보 하회탈의 형태와 치수를 따라 깎아낸 작품이었다.
류 작가는 이달 초 경북도와 안동시의 추천을 받은 외교부로부터 "긴급히 하회탈 액자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평소 하회탈 한 점을 완성하려면 조각에만 통상 10일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는 요청을 받은 뒤 매일 밤 12시까지 작업했다. 그렇게 2주 만에 하회탈 9점을 제작했다.
류 작가는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며 "일본 정상에게 작품에 담긴 정성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하회탈은 생업이자 삶의 일부다. 그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탈춤과 탈 제작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현재는 하회탈 공방을 운영하며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자로 매주 탈춤 공연에도 참여하고 있다.
류 작가는 "하회마을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탈춤과 탈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며 "보고 따라한 것이 손재주가 되면서 미대에 진학했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30대 초반 고향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탈 제작과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하회탈이 들어간 액자는 금용헌 예화방 대표(54)가 맡았다. 금 대표는 하회탈 자체가 돋보이도록 액자 장식을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액자의 폭은 약 170㎝로 전해졌다.
금 대표는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액자에 자개나 금사 등 화려한 장식을 넣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류 작가와 논의해 그동안 해온 대로 작품이 돋보이게 제작했다"며 "액자 제작도 예술품에 옷을 입히는 작품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했다"고 말했다.
금 대표가 만든 액자는 30년간 국내 유명 화가들의 작품에 사용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장에 걸린 신태수 화백의 작품 액자 제작도 그의 손을 거쳤다.
하회탈은 한국의 대표적 전통 탈이다. 웃는 듯하면서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표정을 드러내는 얼굴에는 풍자와 해학, 공동체의 정서가 함께 담겨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선물에 하회탈이 오른 것은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성과 장인의 손맛을 함께 전한 의미로 읽힌다.
ssh48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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