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응급실 뺑뺑이'…복지부·소방·의료계 책임 '폭탄 돌리기'

지난 2024년 8월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 정부의 의료정책을 규탄하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2024.8.30 ⓒ 뉴스1 황기선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강조하지만, 임신부가 병원을 찾아 헤매다 신생아가 숨지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현장에선 여전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오전 1시 39분쯤 대구 동구의 한 호텔에서 임신부 A 씨의 남편 B 씨가 119에 다급하게 "아내가 통증을 겪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A 씨와 B 씨를 구급차에 태운 후 대구 대형병원 7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 "신생아 인큐베이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양수가 터지고 혈압 저하 증상을 보였다.

상황이 악화되자 B 씨는 "평소 진료를 받던 병원으로 가겠다"며 직접 차를 몰고 경기도에 있는 한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A 씨는 같은날 오전 5시 35분쯤 병원에 도착해 제왕절개로 분만했다. 산모는 목숨을 건졌지만 쌍둥이 중 첫째는 저산소증으로 태어난 후 곧 숨졌고, 둘째는 뇌 손상이 확인돼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강조해 온 것과 대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응급실 뺑뺑이로 119구급차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며 "응급처치를 하면서 다른 병원을 찾는 것이 정상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광주·전북·전남 등 3개 지역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119의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고, 컨트롤타워가 중증환자의 병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연계하는 것이 골자다.

대구 사례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측은 "광역응급상황실에 접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상황실을 통해 이송이 이뤄졌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구소방안전본부 측은 "광역응급상황실은 병원 간 전원 이송에 적용되는 체계"라며 "지역 내 종합병원에 모두 문의했지만 환자 수용을 거부당했다"고 반박했다.

일선 구급대원들도 "평일 낮에는 비교적 이송이 원활하지만 야간이나 주말에는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 수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박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19가 대구 소재 7개 병원에 연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응급의학과 직통전화로 확인한 것이 아니다"며 "기관 간 협조 체계와 지역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이날 "이번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병원 수용 거부 과정에서 위법이나 과실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 응급실 뺑뺑이 유족 측은 국가와 관련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