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1년…"불은 꺼졌지만 삶은 아직 돌아오지 않아"

“농사 당장 못 짓는다”…현장 곳곳엔 상처 여전
산불 후 인구 이탈…"지역 소멸 가속화" 전망

16일 오전 지난해 3월 산불 피해지역인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해안 마을(일명 따개비 마을)에 있는 집터가 텅비어 있다. 석리는 지난해 3월 22일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면서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다. 산불로 영덕군에서는 약 2만ha(군 전체 면적 약 27%)가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2026.3.16 ⓒ 뉴스1 최창호 기자

(안동=뉴스1) 김대벽 기자 = 지난해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산불이 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의 체감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북도에 따르면 산불 이후 재난안전실을 중심으로 산림, 복지, 건설, 농업 부서가 동시에 움직이는 다부처 대응 체계를 가동하며 복구에 총력전을 폈다.

산림 부서는 헬기와 전문 진화 인력을 투입해 산림 복구와 산사태 예방 사업을 벌였고, 복지 부서는 임시주택 공급과 생계 지원을 맡았다.

건설 부서는 주택 재건과 마을 복구를, 농정 부서는 농기계와 농작물 피해 지원을 담당하는 등 기능별 대응에 나섰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피해 조사 기간을 기존 60~90일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등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 속도와 달리 현장에서는 "회복이 더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동, 청송, 영양 등 주요 피해지역에서는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아직도 임시주택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마을 단위 복구도 늦어지면서 공동체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불에 탄 주택 터와 방치된 농지, 사람이 떠난 빈집도 곳곳에 남아 있다.

농촌의 타격은 더 컸다. 산불로 농기계와 창고, 축사 등 생산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단순 시설 피해를 넘어 영농 중단으로 이어진 농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경북 북부지역 산불로 농작물 1952㏊, 농기계 1만7158대, 과수 시설 514㏊가 피해를 보았다.

이런 피해는 단순 복구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과수 농업의 경우 복구에서 수확까지 수년이 걸려 단기 지원만으로는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인구 이탈이다.

고령 농가를 중심으로 복구를 포기하거나 지역을 떠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농촌 공동체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산불이 지역 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성군 안평면과 금성면 등 피해 지역 주민들은 "집은 임시로 살고 있지만 농사는 당장 못 짓는다"며 "불은 꺼졌지만 삶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경북도는 산불 대응 매뉴얼에 따른 지원만으로는 피해 주민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추가 피해 접수와 지원 확대에 나섰다.

기존 매뉴얼은 지원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실제 피해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복구가 지연되는 지역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지난 1월 28일까지 추가 피해를 접수했으며 행정 대응 단계를 2단계, 3단계로 확대해 피해 조사와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북도 김종수 안전행정실장은 "피해가 누락되지 않도록 추가 접수를 통해 지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피해 지역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dby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