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9개월 지났는데 ‘2527세대 주민’ 아직도 임시 거주

특별법 공포로 내년부터 복구 속도
"응급복구 끝났지만 삶 복구는 멀어"

지난 3월24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 야산 아래 민가에서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자 출동한 경북 119산불특수대응단 대원들이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2025.3.2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안동=뉴스1) 김대벽 기자 = 경북 북부지역의 초대형 산불이 진화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의 일상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산불특별법 제정으로 피해지역의 장기적 회복과 구조적 재건을 위한 복구가 내년 1월에야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법은 올해 10월28일 공포됐고, 핵심 조항은 공포 3개월 후 적용된다.

20일 경북도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경북 북부권의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3323세대다.

조립 주택 지원이 확대됐지만, 아직도 76%인 2527세대 주민들이 임시 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대형 산불은 지난 3월 하순 경북 북동부권을 중심으로 확산해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졌다.

정부는 피해가 큰 안동시와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비 지원과 세제 감면 등에 나섰다.

당시 피해는 인명과 산림을 넘어 농축산업과 임산물, 관광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엄청한 산불 피해로 지역 경제 전반이 직격탄을 맞았고, 일부 지역은 장기적인 생계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 주민들의 주거 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주택 전파 주민에게 정부 기준 지원금에 추가 지원금과 성금을 포함해 1억~1억2000만 원, 피해 주택 세입자에게는 16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원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 주민 실태조사에서 임시주택 거주 비율이 높고, 복구 비용 부족과 지원 정보 전달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2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앞에서 열린 '경북 산불 피해 복구 지원 모금'에 동참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재민을 위해 준비한 성금을 모금함에 넣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5.4.2/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산불특별법이 제정됐다.

산불특별법은 대규모 산불 피해지역의 주거와 생계, 산림, 지역경제 회복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한시적 특별법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나 '자연재해대책법'보다 지원 범위와 강제력이 크다.

특별법이 적용되면 주택 복구 방식이 확대된다.

주택 신축·이전 비용에 대한 추가 지원과 임시조립주택 장기 거주에 따른 생활지원금 확대, 고령자와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주거 복구가 가능해진다.

원지 복구가 어려운 지역은 집단 이주나 마을 단위 이전도 추진할 수 있다.

생계 회복 지원도 강화된다.

산불특별법은 생계 손실을 복구 대상에 포함해 농축산 피해 농가에 대한 장기 소득 보전과 임산물 생산 중단 손실 보상, 관광업과 소상공인 매출 감소 보전 등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산림 복원과 재해 예방도 동시에 추진된다.

산림 복원 사업에 국비를 우선 배정하고, 방화선과 임도, 감시 인프라 확충, 스마트 산불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재난 회복형 산림 관리 체계로 전환한다.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 운용 폭도 넓어진다. 국비와 지방비 매칭 비율 완화, 중앙부처 사전 협의 간소화, 복구 사업 일괄 승인 등이 가능해져 복구 속도가 빨라지고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경북도는 산불특별법을 근거로 주거 안정 종합대책과 농축산·임업 회복 패키지, 관광·지역경제 회복 사업, 산불 대응 체계 고도화를 묶은 종합 복구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산불특별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피해 인정 범위 확대와 지원 기준 현실화, 성금과 국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가 과제다.

현장에서는 "응급 복구는 끝났지만, 삶의 복구는 아직 멀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dby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