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실패'했지만… 주민들 "다른 곳에선 석유 발견 기대"

석유공사 "2차 시추에 복수 외국계 업체 입찰"
홍게잡이 어민 "피해 늘어날까 걱정" 반응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대왕고래 작업은 성공 못했지만, 다른 곳에서 다시 시추작업을 할 수도 있다고 하니 한 번 더 기대해 봐야지요."

한국석유공사가 동해 심해가스전(7개 석유 가스 유망 지질 구조) 2차 추가 시추 투자유치 입찰에 복수의 외국계 업체가 참여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북 포항 등 인근지역에선 이를 통해 국내 심해 자원 개발 사업에 새로운 불씨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정부 시절동해 심해가스전에 전략적 관심을 가지며 본격화한 사업이다. 정부는 2023년 미국의 에너지 자문사 '액트지오'에 분석을 의뢰, '대왕고래 인근 해저에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자원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올 2월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1차 시추를 진행하면서 채취한 시료를 전문 분석기관 '코어 래버러토리즈'에 의뢰해 약 6개월간 정밀 분석을 수행한 결과를 보면 사암층(약 70m)과 덮개암(약 270m), 공극률(약 31%) 등 지하구조 물성은 대체로 양호했으나, 회수할 수 있는 가스 농도는 6.3%로 채산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대해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이 같은 석유공사의 발표와 관련해 "다른 6곳에선 제발 유전이 발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구룡포에 거주하는 70대 주민은 "경제도 어렵고 나라 안팎으로 어려울 때 석유라도 펑펑 쏟아지면 얼마나 좋겠냐"며 "다른 곳(시추 장소)에선 유전이 발견되길 두 손 모아 빌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수협 앞에서 구룡포홍게통발협회와 연안홍게선주협회 등 어업인들이 대왕고래 시추작업과 관련 어장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석유공사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자료,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최창호 기자
지난해 12월 20일 경북 포항시 구룡포홍게통발어민들이 탄 어선들이 동해심해가스 석유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1차 시추작업 지점인 포항 앞 바다에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앞에서 어장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자료,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최창호 기자

반면 홍게잡이 어민들은 "다시 시추작업을 한다고 하니 기쁘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으론 어민들 피해가 늘어날까 걱정"이란 반응을 보였다.

김진만 포항 구룡포홍게연안통발협회장은 작년 12월 1차 시추 관련 집회에서 "어민 피해를 외면하고 시추작업을 또다시 강행할 시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이런 가운데 석유공사는 이날 "그간의 탐사와 이번 시추를 통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투자유치가 성사되면 공동 조광권자와 함께 유망성 평가와 탐사 등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국내 자원 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hoi1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