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 만나러 호주서 왔어요"…18일간 100만명 찾은 부산 북항
연휴 마지막 날 난간·보도교 시민들로 북적
전날까지 90만6800명…누적 100만명 돌파 전망
-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부캉아, 빨리 오렴."
개천절 연휴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인공수로 난간과 보도교에는 상어 '부캉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한동안 잔잔하던 수면에 물살이 일고 부캉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부캉이다. 여기로 온다."
누군가 외치자 관람객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한쪽으로 쏠렸다. 부캉이가 방향을 틀 때마다 사람들도 난간을 따라 자리를 옮겼다. 잠시 작은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를 목말 태운 아버지, 손을 잡고 수로를 바라보는 연인과 부부, 친구들과 휴대전화 카메라를 든 학생들까지 관람객의 모습도 다양했다.
부산역에서 내린 뒤 캐리어를 끌고 곧장 북항을 찾은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는 "어디에서 부캉이가 제일 잘 보이느냐"고 묻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부캉이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자 울음을 터뜨린 아이에게 부모가 휴대전화로 '아기상어' 노래를 틀어주며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부캉이 소문은 해외까지 번졌다. 호주 시민권자인 신강애 씨(52·여)는 호주에서 함께 생활하는 조카 손주들과 북항을 찾았다.
신 씨는 "호주에 있을 때부터 부캉이 소식을 접했는데 아이들이 꼭 보고 싶어 했다"며 "잠시 부산에 온 김에 함께 찾아왔다. 실제로 보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에서는 상어를 공격적이고 무서운 존재로 생각하는데 가까이에서 부캉이를 보니 그런 걱정보다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행 기차를 타기 전 일부러 북항에 들른 시민도 있었다. 정 모 씨(40대·여)는 "아이가 부캉이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기차 출발 시간보다 2시간 일찍 왔다"며 "아쿠아리움이 아닌 곳에서 상어를 직접 보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곳에 계속 있는 것보다 얼른 먼바다로 나가 아무 사고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 모 씨(20대·여)는 "드디어 부캉이 실물을 봤다"며 촬영한 영상을 곧바로 자신의 SNS에 올렸다.
손자·손녀와 함께 온 이 모 씨(60대·남)는 "평소 북항친수공원은 산책이나 운동하는 분들이 주로 찾았는데 부캉이 덕분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된 것 같다"며 "부캉이가 바다로 돌아간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찾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벌써 세 번째 북항을 찾았다는 임 모 씨(10대·여)는 조금 복잡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부캉이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힐링되는 느낌"이라며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계속 머물러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웃었다.
부캉이는 지난달 18일 북항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처음 발견된 뒤 이날까지 18일째 머물고 있다.
부산시 등 관계기관은 지난 2일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제4보도교 인근에 길이 50m, 높이 6.8m 규모의 구조용 그물을 설치했다.
하지만 부캉이가 그물을 넘어 다시 수로 안쪽으로 돌아오면서 외해 유도에는 실패했다.
부산시는 이후 그물을 철거하고 부캉이가 스스로 바다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열어둔 채 당분간 움직임을 지켜보기로 했다.
부캉이를 보기 위해 북항친수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달 19일부터 전날까지 90만6800명에 달했다. 연휴 마지막 날까지 이어진 인파를 감안하면 누적 방문객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8일째 이어지는 '부캉이 열풍' 속에서 시민들의 바람은 묘하게 엇갈린다. 조금 더 곁에 있어주길 바라면서도, 결국에는 무사히 먼바다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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