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평생 이런 가뭄 처음"…소방차 물줄기에 잠시 웃은 함안 농민들

바짝 마른 함안 논에 급수차 도착하자 농민들 화색
안도도 잠시…"이미 물 못 받은 벼는 올해 농사 걱정"

12일 오전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일원의 논에 소방 관계자들이 소방 급수차로 물을 대고 있다. 2026.8.12 ⓒ 뉴스1 한송학 기자

(함안=뉴스1) 한송학 기자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가뭄은 처음입니다."

12일 오전 10시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소방 급수차에서 연결된 호스를 따라 물이 쏟아지자 바짝 말라 갈라진 논바닥이 서서히 물기를 머금었다. 논 곳곳에 벌어졌던 균열 사이로도 물이 흘러들었다.

급수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논을 바라보던 농민들의 얼굴에도 잠시 화색이 돌았다.

자신의 논에 물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조현민 씨(52)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 씨는 급수차가 도착하자 소방대원들에게 가뭄 상황과 물을 대야 할 논의 위치를 설명했다. 호스에서 물줄기가 쏟아지자 굳어 있던 표정도 조금씩 풀렸다.

조 씨는 "이렇게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라며 "매년 가뭄이 찾아오지만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급수차가 와서 당장 물을 대주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이런 방식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가뭄에 대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급수차 한 대가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물은 약 6000리터다. 함안에는 급수차 4대가 투입돼 동촌리를 비롯한 12개 지역에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했다. 급수차들은 물을 채운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운행을 반복할 예정이다.

하지만 논에 물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농민들의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일부 벼는 생육에 필요한 시기에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씨의 아버지 조국래 씨(79)는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제일 큰 문제는 저수지 물이 모두 빠져버린 것이다. 가뭄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소방서에서 물을 길어다 주니 정말 고맙다"면서도 "이미 제때 물이 들어가지 않은 벼는 이삭이 제대로 달리지 않을 수 있어 올해 농사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남의 가뭄 상황은 전국의 소방력이 동원될 정도로 심각해졌다.

소방청은 전날 오후 8시를 기해 경남지역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은 특정 지역의 소방력만으로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전국의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조치다.

가뭄 대응을 위해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진 지역 사례는 지난해 8월 강원 강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강릉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생활용수 공급까지 차질을 빚자 사상 처음 가뭄을 이유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불과 1년 만에 다시 가뭄으로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경남의 물 부족 상황이 일상적인 계절 가뭄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의 평균 저수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3.5%까지 떨어졌다.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함양을 제외한 17개 시·군에는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적용됐다. 밀양·거제·함안은 최상위인 '심각' 단계로 분류됐다.

이날 경남에서는 14개 시·군의 농업·생활용수 공급 현장에 급수차 200대와 소방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소방차가 실어 온 물로 갈라진 논바닥은 잠시 물기를 머금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농민들은 저수지를 채우고 벼농사를 살릴 비가 내리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갈은 어렵다고 입을 모으며 걱정의 끈을 놓지 못했다.

12일 가뭄 심각 단계인 함안군 군분면 동촌리 일원의 논이 말라서 갈라져 있다. 2026.8.12/뉴스1 한송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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