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장 살해' 피의자, 3년간 4명 살해 계획 세웠다(종합)

범행 동기는 아직…과거 직장 내 갈등 추정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항공사 기장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피의자 A 씨가 17일 오후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 씨는 전 직장 동료인 국내 항공사 기장 B 씨(50대·남)를 살해한 후 울산의 한 모텔에 숨어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026.3.17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부산 항공사 기장 살인사건' 피의자가 3년 전부터 자신과 같이 근무했던 항공사 기장 4명을 살해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의 거주지 등 정보는 수개월 전부터 대상들을 따라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피의자 A 씨(50대)는 현재 부산에서 살인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오전 4시 40분쯤 국내 항공사 기장 B 씨를 상대로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 B 씨의 강한 저항으로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의 범행 직후 경찰에 신고한 B 씨는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섰는데, 뒤에서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는 끈으로 누군가가 목을 졸랐다"며 "범행 대상으로 유추되는 사람은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B 씨는 같은 날 오후 1시 20분쯤 A 씨 얼굴이 식별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 난 뒤 "퇴사와 관련해 내게 앙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진술, A 씨의 신원이 특정됐다.

A 씨는 17일 오전 5시 20분쯤 부산 부산진구 소재 아파트에서 같은 항공사 기장 C 씨(50대)를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이 범행 뒤엔 다음 살해 대상으로 지목한 D 씨 거주지인 경남 창원으로 향했으나, 당시 D 씨는 경남경찰청에 의해 신변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에 범행이 어렵다고 판단한 A 씨는 울산으로 향했다.

경찰은 17일 오후 8시 3분쯤 울산에서 A 씨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중교통을 타고 특정 목적지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가 하면 중간중간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관련 수사를 위해 부산으로 압송된 A 씨는 경찰서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3년을 준비했다"며 "공군사관학교의 부당한 기득권에 인생을 파멸했기 때문에 할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몇 명을 살해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선 "4명"이라고 답했다.

A 씨는 경찰 진술 과정에서도 4명을 상대로 3년간 범행을 준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팡익됐다. A 씨는 수개월 전부터 범행 대상들을 따라다니며 거주지, 출근 시간, 동선 등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 씨의 범행 동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A 씨는 피해자들과 같은 항공사에서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중 기장들과 갈등을 겪었고 2년 전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특히 항공사 재직 당시 1년에 4번 진행되는 조종사 능력 평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회사와 동료에 그 책임을 돌리고 공황장애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시 A 씨가 기장 진급에서 누락돼 인사권자에 대해 보복성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A 씨는 진급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또 A 씨와 피해자 모두 공사를 나왔으나, A 씨는 비조종사 출신으로 졸업 뒤 뒤늦게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범행 동기, 정신질환 여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프로파일러를 투입한 사이코패스 검사, 신상정보 공개 등도 검토 중이다. 가급적 오늘(18일) 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