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 국가·시 상대 손배소 승소
- 장광일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1960년대 부산지역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28일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들이 대한민국과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금액은 총 511억714만여 원으로 원고 측 전체 청구액 712억7234만여 원의 약 72% 수준이다. 이는 보호의 대상인 아동을 상대로 이뤄진 점, 이 사건으로 피해자의 건강한 성장과 안정적인 자립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산정된 수치다.
다만 피해자의 유족 원고 중 1명은 피해자의 사망, 상속개시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 청구가 기각됐다.
피고 측은 앞서 재판 과정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뒤 소송이 제기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으로 사건의 구체적 내용이 확인됐고, 원고들이 결정통보를 받고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은 국가와 시의 위법한 부랑아 단속, 영화숙·재생원의 인권침해 행위 등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 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라며 "국가와 시가 공동으로 피해자들이 입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선고 후 이 부장판사는 "이번 판결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며 "국가는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고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이 사건은 그러한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선 안되겠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사람의 법관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법정에서 나온 피해자들은 부산지법 정문 앞에서 회견을 열고 "정부와 시는 피해생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상하며 존엄한 삶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 생존자들은 10세 전후 어린 시절 경찰이나 아무런 권한도 없는 단속반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수년간 감금됐다"며 "그 안에서 폭행, 성폭력, 강제노역, 굶주림, 병치레, 교육권 박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또 "몇몇 피해자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피해 생존자 대부분 70세를 넘긴 고령자며 아직 진실규명 결정을 받지 못한 피해자도 있다"며 "소송이 길어질 경우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되는 현실을 정부가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2023년 8월 이 사건 직권조사에 나서 원생들이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와 민변 부산지부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위·수임 계약을 체결, 6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선고는 영화숙·재생원 사건에 대한 국가와 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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