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카네이션 어쩌나?…학교예산 구입vs행사취소

자료사진. ⓒ News1 최창호 기자
자료사진. ⓒ News1 최창호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 다가오자 학교 현장에서는 선생님 가슴에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교사는 학생에 대한 평가와 지도를 담당하기 때문에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같은 청탁금지법 예외조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이 제한하는 선물가액기준인 5만원 이하라도 교사들은 카네이션이나 5000원 상당의 음료 기프티콘 같은 소액단위 금품도 일체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 "스승의 날에 학생대표가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의 경우에는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8호에 명시된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에 해당한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카네이션을)공개적으로 제공한다'는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 기준이 애매하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사들이 공개석상에서 전교회장이나 반장 같은 학생 대표로부터 전달받는 카네이션 꽃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공개석상에서 학생 대표가 전달한다는 전제 하에 반 학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교사에게 카네이션 꽃을 선물하는 것도 가능하다.

권익위가 학생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전달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한다면 카네이션을 구입하는 자금출처는 묻지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다만 학생이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꽃을 건네거나 비록 종이로 접은 카네이션일지라도 교사에게 선물한다면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행사를 아예 취소해버리거나 학급별로 스승의 날 의미를 간략한 공지사항 전달로 대체해버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부산 연제구의 한 초등학교 부장교사 A씨는 "전교생을 모아 진행하는 공식행사는 별도로 없다"며 "교사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 없이 평소처럼 지나갈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스승의 날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실시된다면 이제는 교사들이 불편하다"며 "청탁금지법 관련 직무교육을 지난 4월에 이미 실시했고 매월 한 두차례 정도 불법찬조금을 방지하는 청렴 연수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스승의 날이 다가오기 전 창의활동 시간을 통해 종이로 카네이션 꽃을 만들어 (성적 평가 등 관련 직무에서 벗어난)이전 학년도 담임교사에게 전달하거나 감사의 편지를 쓰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교사가 제자들에게 꽃 한 송이도 받지 못하는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 자체예산으로 카네이션을 구입하고 '스승의 날 행사'를 제대로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

이 학교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해 5월에 오히려 스승의 날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부산 동구에 있는 한 여자중학교 교감 B씨는 "스승이 되어서도 이런 날 제자로부터 꽃 한송이 못받는 것은 아주 슬픈 현실"이라며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어떤 학교는 재량으로 스승의 날에 휴교하는 곳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올해는 학교에서 자체 예산을 편성해 카네이션을 구입했다"며 "이날 행사를 통해 교육적인 차원에서 스승의 날이 제정된 의미를 함께 되새기고 스승을 공경하는 뜻을 담아 학생들은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제관계가 갈수록 물질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게 되고 옛부터 스승을 존경해오던 미덕이 관련법에 의해 원천봉쇄되고 있다"며 탄식하기도 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초등학교 1,2학년에는 반대표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학부모가 대표로 담임교사에게 꽃다발을 주면 안되는지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런 경우도 역시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사들 역시 안받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학생들이 정성으로 만들어온 카네이션이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가져온다면 받지 말아야하고 금품의 경우에는 당연히 먼저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품을 받고도 신고를 안하는 것과 반환했다는 이유로 신고를 안하는 경우가 주로 발생하는데 신고를 안하면 수수 경위와 상황을 따져 징계처분이 내려진다"고 덧붙였다.

choah4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