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잖아요" 반려동물 위해 직접 축제 연 주민들

서울 삼선동 주민 모인 '삼선동행' 행사 기획부터 진행까지 도맡아
사진전 개최·놀이터 등 동물들 즐길거리 많아… 보호자들도 대만족

'제1회 삼선동 반려동물 축제'를 찾은 반려견들.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천 분수광장. 수십 명의 사람이 광장 한 편에 설치된 분수대를 둘러싸고 미소를 짓고 있다. 어떤 이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신나게 웃어대기도 한다.

그들의 시선이 머문 곳은 분수대 안. 그곳에선 20㎏은 족히 넘어 보이는 대형견 한 마리가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원하게 물장구를 치고 있다. "빨리 나와!" 견주는 개의 돌발행동에 당황해 목줄을 당겨 개를 꺼내보려 하지만 개는 물놀이에 빠져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물장구치는 개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개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그 옆으로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허브 화분 향을 맡는 개들이, 또 그 옆엔 울타리 안에서 장난을 치는 여러 마리의 반려견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 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이 광장에 수십 마리의 개들이 모습을 드러낸 건 반려동물을 위한 '제 1회 삼선동 반려동물 축제'가 열린 때문이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갑자기 분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던 반려견. ⓒ News1

서울 성북구에서 처음 열린 이 반려동물 축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준비한 행사가 아니다. 평소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삼선동 주민 5명이 직접 기획했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만남은 반려견과의 산책길에서였다. 산책을 하며 동네를 오가다 눈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모임이 결성됐다.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며 마을 코디네이터가 다리를 놔줬다.

그렇게 삼선동에서 한옥 카페를 운영하는 송나씨(가명), 예술강사 조선화씨, 아로마테라피스트 이나영씨, 이씨의 동생 경민씨, 대학원생 달무지개(가명)가 모였다. 같은 동네인 데다 또래이다 보니 더 통하는 점이 많았다.

송나씨는 이들이 계속해서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려동물'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몇 번 만나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요. 오가면서 동네 주민과 반려동물을 보긴 했지만 소통을 하진 못했거든요. 그래서 '삼선동행'이라는 모임의 이름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활동해 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어요. 사람끼리도 만나고 반려동물들끼리도 만나고,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나 마을에 일어나는 일들도 공유하고요. 삼선동 주민들의 소통 창구가 되고 싶었어요."

삼선동행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삼선동으로 가자'는 의미의 삼선동 행(行), 다른 하나는 '삼선동에 사는 주민들이 함께 걷는다'는 의미의 삼선 동행(同行)이다.

'제1회 삼선동 반려동물 축제'를 연 삼선동행. (왼쪽부터) 송나, 이경민, 조선화, 이나영, 달무지개. ⓒ News1

이들은 삼선동 인근에 반려동물들이 무언가를 즐길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삼선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자는 것으로 이야기가 발전했다. 그리고 반려동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만들고 자연스레 주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지난 3월 '2016 성북구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응모했다. 그리고 지원이 결정됐다. 반려동물도, 주민도 행복한 동네를 만들어 보자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이다.

작은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행사라 혹여나 안 좋은 소리를 듣진 않을까 걱정했다는 조선화씨는 주민들의 호응이 생각보다 커 많이 놀란 듯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요. 정말 뿌듯해요. 개들도 너무 좋아하고, 주인들도 너무 좋아해요. 사람들이 계속 와서 '이거 또 언제 하냐'고 묻는데 뿌듯하기도 하면서 부담도 많이 되네요."

'제1회 삼선동 반려동물 축제'에 참가한 주민들과 반려견들. ⓒ News1

실제로 주민들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유기견 여덟 마리를 돌보고 있다는 할머니는 "진작 이 소식을 알았다면 데리고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아쉽다"며 한참 광장을 떠나지 못했다.

반려견 '초롱이'와 지내는 주민은 다음엔 축제를 꼭 미리 알려달라며 전화번호를 남기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주민들도 삼삼오오 광장에 모여 반려견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송나씨는 "한 번쯤 목줄을 풀어놓고 편히 뛰어 놀게 하고 싶다는 우리의 생각을 다른 주민도 하고 있었다"면서 "사진전, 정원, 놀이터 등을 만들었는데 놀이터가 가장 인기가 많았고, 반려견에게 좋은 식물도 갖다 놨는데 개들이 그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없는 시간을 쪼개 축제를 준비하느라 매우 고된 나날을 보냈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뜻 깊었다고 했다.

"너무 신이 나서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려견을 위한 전시회도 열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이번 계기를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됐고, 우리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면 공원을 만들거나 도시를 계획할 때 반려동물을 위한 배려가 들어가게 되겠죠. 이렇게 조금씩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제1회 삼선동 반려동물 축제'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반려견들. ⓒ News1
부모와 함께 '제1회 삼선동 반려동물 축제'를 찾은 아이. ⓒ News1
텐트에서 손님들을 맞던 고양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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