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도마뱀까지 나눠주는 '이상한' 방과 후 수업

생명과학탐구 수업서 생명 존중 아닌 '동물학대'…교육당국은 외면

서울 대다수의 방과후학교 생명과학탐구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병아리, 도마뱀 등을 나눠준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빙 둘러 앉아서 병아리를 만져보게 했어요. 도마뱀, 날다람쥐도 만져봤어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C(9)양이 가장 좋아하는 방과후학교 수업은 생명과학탐구다. 다양한 동물을 눈 앞에서 보고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날 땐 선생님이 병아리, 도마뱀 등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생명과학탐구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C양은 "선생님이 뱀, 기니피그, 도마뱀, 날다람쥐 등 신기한 동물들을 가지고 와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도마뱀과 병아리는 수업을 들은 아이들 중 대부분이 집에 가져간다"고 했다.

생명과학탐구는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들을 수 있는 강좌 중 하나다. 이 수업을 수강하는 아이들은 해부, 동물 관찰, 인체 탐구 등을 배운다. 이 커리큘럼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동물 관찰과 해부다. 동물 관찰 시간엔 강사가 직접 기니피그, 우파루파,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을 갖고 와 수업한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일선 학교가 어떤 수업을 운영하는지,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은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프로그램 종류가 워낙 많아 구체적인 통계를 내기 힘들다"며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 수요를 조사한 뒤 학부모가 원하는 강좌를 개설한다. 학생들이 수강료를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간섭할 수 없다"고 했다.

방과후학교 교사는 모두 외부 강사다.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강좌를 개설한 뒤 학교장이 최종 선정한다.

강사들은 학생들이 낸 수강료의 일부를 시설비로 내는 조건으로 학교에서 강의한다. 학교 측과 외부 강사는 학생 수가 많을수록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내용으로 커리큘럼을 짠다.

방과후학교 강사와 학부모들은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생명과학탐구 수업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입을 모은다.

2010년부터 서울 몇몇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를 했다는 A씨는 생명과학탐구 수업 내용이 항상 맘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A씨는 "한 번은 생명과학탐구 강사가 병아리 수십 마리를 가져와 수업이 끝난 뒤 병아리가 두 마리씩 담긴 작은 케익 상자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더라"며 "아이들은 동물을 키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냥 나눠주니 좋다고 받아갔다. 나중에 보니 길에 버려져 있기도 했다"고 했다. A씨는 병아리뿐만 아니라 도마뱀, 물고기 알 등을 나눠주는 것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을 키우고 있는 B(39)씨는 "딸이 생명과학탐구 수업을 정규 수업보다 좋아한다"며 "가끔 어떤 동물이 죽었다든가 친구가 길 가다 수업 때 받은 동물을 버렸다는 말을 전해들으면 걱정이 된다"고 했다.

생명과학탐구 수업에 체험동물로 이용된 동물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다. A씨는 "동료들로부터 '체험동물들은 몇 달 살면 많이 사는 것'이라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교육현장에서 이런 비교육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은 방과후학교에선 초등생들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몇몇 초등학교에서 생명과학탐구를 가르쳤다는 한 강사는 "방과후학교 선생님들은 다 외부 강사라 학생 수가 많을수록 벌이가 좋다"며 "아이들에게 동물보호에 대해 가르쳐 주고 싶어도 강의를 듣는 학생이 줄면 손해이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바꾸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교육당국은 이런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다. 교육부 방과후학교 담당자는 "방과후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교육당국이 관여하는 게 불가능하다"면서 "방과후학교에서 열리는 그 많은 강좌를 어떻게 다 관리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재미가 없으면 (학생들이) 안 들을 테니 자정될 것이다"면서 "강사가 아이들에게 동물을 데려가서 죽이라는 소리를 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생명의 존엄함을 가르쳐야 할 교육현장에서 되레 동물학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수강인원을 늘리는 게 말이 안된다"며 "아이들이 동물을 단지 지배할 수 있는 존재로만 바라볼까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조 대표는 이어 "학교장 재량에 맡길 게 아니라 교육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면서 "지난해 서울시 교육청은 동물보호의식을 기르는 생명존중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런 약속이 현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sunh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