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시간의 흔적 길어 올리기"…최재림 '사라진 뒤에' 展

서울 서촌 갤러리 TYA 11일까지

최재림 '사라진 뒤에' 전체 전시전경 (TYA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지움과 덧칠 속에서 엇갈린 시간의 흔적을 길어 올린 화가 최재림의 신작 회화전이 열린다. 최재림 개인전 '사라진 뒤에'(LATER)가 11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 서촌 갤러리 TYA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완성한 회화 10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캔버스에 형상을 그렸다가 그 위를 다른 붓질로 가리고, 다시 긁어내거나 살려내는 작업을 거듭한다. 먼저 그어놓은 선과 물감의 얼룩이 다음 물감층 밑으로 숨거나 살며시 고개를 내밀며 독특한 깊이를 만든다.

화폭은 시기별로 다른 결을 품었다. 어두운 획들이 빽빽하게 얽힌 지난해 작품부터 차분하고 은은한 색감을 얹은 올해의 작품까지 나란히 만날 수 있다. 빈틈없이 채운 화폭뿐 아니라 넉넉한 빈 공간 사이에 몇 가닥 선만 띄운 작품도 눈길을 끈다.

최재림 '사라진 뒤에' Slow Error 전시전경 (TYA 제공)

작업의 뿌리가 된 대표작 '텅 빈 소리'(Empty Sound)는 어떤 대상이 사라진 뒤에도 그 자리에 남는 진한 기운을 담았다. 작가는 시간이 흘러간 차례대로 기억에 머물지 않는다고 짚으며, 옛 자국이 오늘날에도 짙게 배어 나온다는 생각을 '타임 트레이스'(Time Trace)로 펼쳐냈다. 같은 손짓을 거듭해도 미세하게 어긋나는 차이에 주목한 '슬로우 에러'(Slow Error) 3점을 비롯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작가에게 있어서 지우고 덮는 행위는 단순히 앞선 그림을 없애는 파괴가 아니라 또 다른 기억을 켜켜이 쌓는 새로운 창작이다. 쉽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히는 디지털 시대에 캔버스 밑바닥에 숨겨진 이전의 시간까지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의 붓질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갤러리 측은 출품작 가운데 한 점을 내놓는 첫 인터넷 경매도 조만간 누리집을 통해 안내할 방침이다. 관람은 월요일과 화요일을 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