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으로 살려낸 거친 바위산의 생명력"…오병욱 '돌로미티'전

떼아트 갤러리 16~28일

오병욱 개인전_Surface of paintng 3 - Dolomites_포스터 (떼아트 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서양화가 오병욱의 세 번째 '더 서피스 오브 페인팅 3 - 돌로미터'(The Surface of Painting(그림의 표면) - Dolomites) 전시가 서울 종로구 평동에 위치한 떼아트 갤러리에서 16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험준한 산맥인 '돌로미티'다. 작가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을 똑같이 옮기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캔버스라는 평면 위에 물감을 쌓고 붓을 휘두르는 화가의 몸짓 그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돌로미티는 약 2억 년 전부터 만들어진 거대한 암석 지대다. 해발 3000m가 넘는 이곳의 깎아지른 절벽과 켜켜이 쌓인 바위 무늬는 그 자체로 긴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오병욱은 이 거칠고 단단한 바위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동양화의 전통 기법인 ‘비백’을 유화에 접목했다. 붓을 아주 빠르게 움직여 물감이 묻지 않은 흰 공간이 생기게 하는 이 방식은 화면에 숨통을 틔워준다.

오병욱은 자신의 작업 기록을 통해 "빠른 붓놀림으로 생겨난 미세한 빈틈들이 화면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마치 스파클링처럼 톡톡 튀는 즐거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림이 단순히 멈춰있는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의 에너지가 살아 움직이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오병욱, Carezza 호수, 80x100.7cm, Oil on canvas, 2026 (떼아트 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는 예술적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서양의 재료인 유화를 사용하면서도 동양적인 여백의 미를 창조해낸 시도는 무척 신선하다. 특히 붓자국 사이로 비치는 캔버스의 하얀 바탕은 거친 바위산의 입체감을 더욱 생생하게 살려내는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우게 만든다. 이는 대상의 겉모습만 흉내 내는 그림들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선사한다.

오병욱 작가는 한국 인상주의의 선구자인 오지호, 구상 미술의 거장 오승우로 이어지는 화가 가문의 3대 계승자다. 서울대학교와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한 그는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대학교수와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하며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거장답게, 이번 전시에서도 흔들림 없는 내공을 선보인다.

전시 오프닝은 16일 오후 4시에 열리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삭막한 도심 속에서 이탈리아 고산지대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단순히 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붓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예술가의 열정을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