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서사 담긴 전쟁 풍경화"…고영미 '찬란한 봄날, 역설의 풍경'전

토포하우스 5월 11일까지

고영미, 찬란한 봄날Ⅰ_장지위에 채색,63x46cm,2015 - SMALL (토포하우스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6년의 봄은 찬란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포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고 서늘하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는 15일부터 5월 11일까지 고영미 작가의 개인전 '찬란한 봄날, 역설의 풍경'을 개최한다. 작가가 20여 년간 천착해 온 '전쟁 풍경화' 20여 점이 관객을 맞이한다.

고영미의 붓끝은 개인적인 아픔에서 시작됐다. 군 복무 중 한쪽 눈을 실명한 동생, 그리고 그 폐쇄적인 조직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작가의 자조는 거대한 권력을 향한 비판적 시선으로 치밀하게 확장됐다.

북핵 위협을 안고 사는 한반도의 소시민으로서 느낀 무기력함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그리고 이란으로 이어지는 국제적 비극을 관통한다. 이는 더 나아가 날카로운 시대정신으로 승화됐다.

고영미, 맞닥뜨린 장면_한지위에 채색, 90x100cm,2026 - SMALL (토포하우스 제공)

작가는 중동 전쟁이 미사일 궤적, 요격 장면, 열감지 이미지 등 이른바 '비물질적 시각 정보'로 소비되는 현실을 포착한다. 뉴스 화면이나 SNS의 짧은 영상 속에서 폭격당하는 건물은 미니어처 장난감처럼 가볍게 부서지지만, 고영미는 그 시커먼 연기와 분진 너머에 실재하는 지독한 고통을 응시한다. 그에게 전쟁 풍경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매개된 이미지들의 층위가 충돌하는 역설의 공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이어지며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내고, 박해의 피해자였던 이들이 가해자가 되는 가자지구의 비극은 인류사의 지독한 역설을 보여준다. 고영미는 "동시대 작가들이 이 폭력에 분노하고 연민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미사일의 궤적 뒤에 숨겨진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불러낸다. 2026년의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풍경'의 진실이 무엇인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