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은 내 안에도 있다…연극 '빅 마더'는 다른 매력의 스릴러"(종합)

12일 서울시극단 '빅 마더' 라운드 인터뷰 열려
이준우 단장 취임 후 첫 작품…30일~4월 25일

이준우 서울시극단장(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스릴러는 보통 범인을 찾는 이야기죠. 하지만 '빅 마더'는 보이지 않는 권력과의 싸움이다 보니 (범인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또 이 작품은 빌런이 내 안에도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준우 서울시극단장은 연극 '빅 마더'의 스릴러로서 차별화된 매력으로 '보이지 않는 빌런의 존재'를 꼽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는 자존감이나 가족 관계, 그리고 기자로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장벽들 등이 내면의 빌런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빅 마더'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이준우 단장, 배우 유성주·조한철·최나라가 참석했다. 이 작품은 그가 지난해 11월 서울시극단장에 취임한 뒤 처음 선보이는 연출작이다.

'빅 마더'는 정치·미디어·빅데이터가 결탁한 현대 사회의 구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거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려는 뉴욕 탐사 기자들의 사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 연극계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준우 단장(세종문화회관 제공)
"'빅 마더'는 큰엄마 같은 존재"

이준우 단장은 '빅 마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중성과 동시대성을 고루 갖춘 희곡을 늘 찾고 있었다"며 "상반기 첫 작품을 고민하던 중 마침 이 작품을 읽게 됐다, 빅데이터 시대에 정보가 어떻게 권력화되고 조작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알고리즘을 따라가는 데 점점 익숙해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 살고 있지 않나"라며 "그런 점에서 한 번쯤 되돌아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은 "즐겁지만 고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작품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여야 하는 만큼 언어를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작품엔 58개의 신(scene)이 있는데, 일반 희곡에선 쉽게 보기 어려운 구성"이라고 했다. 이어 "장면 전환이 빠르게 이어지기 때문에 어떤 구도로 배치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빅 마더'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는 "'빅 브라더'가 강력한 독재 체제 아래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눈을 뜻한다면, '빅 마더'는 큰엄마 같은 존재"라며 "포근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정보를 통제하며 우리의 생각을 바꿔나간다"고 말했다. 즉 '빅 브라더'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정보 권력이 존재한다는 점을 작품이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안호상 사장(세종문화회관 제공)
"넷플릭스 보듯 쉽고 재미있게"

이 단장은 작품의 재미 포인트에 대해 "빅데이터 시대의 여론 조작을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유머러스하게 다가간다"며 "관객들이 넷플릭스를 보듯 쉽고 재미있게 장면들을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호상 사장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믿고 판단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작품"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동시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사유하고 관객과 함께 질문을 나누고자 한다"고 전했다.

뉴욕 탐사의 편집장 '오웬' 역에는 조한철과 유성주, 사건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쿡' 역은 이강욱과 김세환, 사건의 흐름 속에서 감정의 균형을 잡는 '줄리아' 역은 신윤지가 맡는다.

'빅 마더'는 오는 30일부터 4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