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수용한 회화의 해방"…앤디 피셔, 韓 첫 개인전 '페일 굿'

갤러리바톤 4월 11일까지

Andi Fischer, TENSION NOTICEABLE, 2025, oil stick, pencil on canvas, 219 x 169 x 5 cm, artist frame, 제공: 갤러리바톤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독일 작가 앤디 피셔(Andi Fischer)가 서울 갤러리바톤에서 국내 첫 개인전 '페일 굿(Feil Good, 실패도 나쁘지 않아'를 개최한다.

4월 1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아르 브뤼(Art Brut)에 뿌리를 두고 동물의 형상을 독창적으로 변주해 온 작가의 신작 페인팅과 브론즈 조각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현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피셔의 작업은 밑칠을 최소화한 흰 캔버스 위에 오일스틱과 연필을 사용하여 즉흥적으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이미지의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한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전시명이 암시하듯, 그는 창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와 어긋남을 결함이 아닌 필수적인 부산물이자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러한 '실패의 수용'은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틀을 넘어 회화적 위계를 재조정하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

Andi Fischer, AHA HAPPY THERE GRASS, 2026, oil stick, pencil on canvas, 180 x 140 cm, 183 x 143 x 3.5 cm, artist frame, 제공: 갤러리바톤

특히 그의 화면에서 두드러지는 과감한 여백은 단순한 미완성이 아니다. 음악에서 음 사이의 침묵이 필요하듯, 피셔의 여백은 형상들 사이의 긴장과 서사를 성립시키는 필수 조건이다. '노 프로블룸프로블룸 프레젠트(NO PROBLEM PRESENT)'(2025) 등의 작품에서 배경의 빈 공간은 악어와 뱀 같은 도상들에 회화적 무게를 더하며 서구 회화의 전통적 관습과 대립한다.

작가는 제도권 교육을 받았지만, 영웅적 서사와 해부학적 정확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사냥이나 목가적 풍경 속에서 인간에게 복속되었던 동물을 서사의 주체로 세우며, 자연 상태의 본질인 공존과 대립, 예측 불가능한 우연성에 주목한다. '텐션 노티서블(TENSION NOTICEABLE)'(2025)에서 까마귀와 뱀이 나란히 기댄 모습처럼, 단일한 해석을 거부하는 열린 결말은 관객의 감상을 너그럽게 수용한다.

앤디 피셔는 2018년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 토이 베를린 마스터즈 어워드를 수상하며 유럽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컬렉션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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