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화가', 봄기운을 몰고 오다…오용길 ‘수묵 풍경’의 정수 선봬
지필묵의 전통에 서양화적 시각을 입히다
청작화랑 3월 3~18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 화단의 거목 오용길 화백이 특유의 화사하고 맑은 '봄의 수묵 풍경'으로 대중을 다시 찾았다. '오용길 작품전' 전시는 청작화랑에서 3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다.
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도 청작화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지필묵을 바탕으로 서양화적 조형미를 결합한 '수묵 풍경'의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낸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 화백의 작업은 전통 회화의 매체인 종이, 붓, 먹을 사용한다. 하지만 시각은 서양의 인상파적 풍경화에 가깝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경남 거창의 '용원정'을 소재로 한 연작이다. 흥미로운 점은 오 화백이 이 풍경을 실제로 본 것은 지난해 11월, 가을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의 눈에는 가을과 겨울을 지내고 곧 다시 찾아올 봄이 보인다. 이를 토대로, 그는 머릿속에 저장된 수많은 봄의 데이터를 결합해 화사한 벚꽃 정경을 탄생시켰다.
그는 "벚꽃은 하도 많이 그려서 이제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다"며 "자연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되게끔 요소를 넣고 빼며 조정한 '마음속 풍경'이기에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의 작업을 '수묵 풍경'이라 명명하며 "전통적인 선과 여백의 미를 지키면서도 서양화의 공간감과 채색 기법을 조화시켜 현대적 감각에 맞는 풍경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오 화백은 특히 수채화처럼 맑은 색감을 내는 비결로 고교 시절부터 다져온 소묘와 유화 등 기초 훈련을 꼽으며 "더하기는 쉽지만 빼기가 불가능한 수묵의 엄격함이 오히려 깊이를 더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묵화의 특징이 선과 여백이라면, 풍경화적 요소를 끌어들이면 여백이 설 자리가 없다"며 "한정식에 서양의 향신료를 마구 쓴 것과 같지만, 그것이 역겹지 않고 감동을 주는 '맛있는 그림'이 되도록 조율하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오 화백은 지난해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이에 대한 소감에 대해 그는 "예술 활동에 대한 인정을 받은 자리라 감사하지만, 여전히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만큼 힘이 있을 때 더 열심히 작업하려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작품이 늘 비슷하다는 일각의 평에 대해서도 그는 "성공한 작가는 떠오르는 고유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며 "한 우물을 깊게 파되, 그 안에서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혀가며 감상자와 코드를 맞추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작가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 감사하지만,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어서 내년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목표로 대작 위주의 전시회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한국화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대다. 이런 가운데 오 화백의 전시는 여전히 지필묵이 가진 생명력이 유효함을 증명한다. 봄꽃이 만개한 그의 화폭은 관람객들에게 계절을 앞서가는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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