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서로 다른 밀도의 시간들"…亞 작가 4인 '거리의 윤리'전
회화 19점·조각 1점 선봬
타데우스 로팍 서울 5월 2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올해 포문을 여는 첫 전시로 아시아 작가 4인의 신작 단체전 '거리의 윤리(디스턴싱, Distancing)'를 개최한다.
5월 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일본, 필리핀 출신의 작가들이 참여해 이미지와 물질, 그리고 인식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탐구하는 회화 19점과 조각 1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관객에게 작품을 즉각적으로 '읽기'보다 완만한 속도로 '통과'할 것을 권한다. 기획을 맡은 김해나 팀장은 메를로-퐁티의 지각 이론을 빌려, 우리가 세계를 밖에서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직접 겪는 존재임을 환기한다. 전시는 반복, 변화, 층위, 병치라는 네 가지 형식을 통해 감각이 제 속도를 찾는 '지연의 과정'을 시각화한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마리아 타니구치는 2008년부터 이어 온 '벽돌 회화' 연작을 통해 노동과 시간의 축적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격자무늬 속 미세한 요철은 의미 해독보다는 머무름의 시간을 강요한다. 이어지는 김주리는 흙의 순환에 주목한다. 수분을 머금은 조각 '모습 某濕'과 폐벽돌 가루를 켜켜이 쌓은 회화 '데저트'(desert)를 통해 물질이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찰나를 고정한다.
임노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류와 관계의 변화를 포착한다. 대상을 그린 뒤 오일 파스텔로 투명한 층을 입혀 경계를 흐리는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 안팎을 끊임없이 더듬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케이 이마즈는 신화와 역사적 도상들을 한 화면에 겹쳐 배치한다. 반투명한 캔버스 위에 가라앉고 떠오르는 형상들은 과거의 사건이 현재와 접속하는 소란스러운 침묵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개관 이후 지속해 온 기획 전시의 흐름을 이번에 아시아 전반으로 확장했다. 관객은 가까워진 세계로부터 잠시 물러나 거리를 조정하며, 대상이 다른 상태로 드러나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빠른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이번 전시는 '윤리적 거리'가 주는 응시의 힘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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