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전은 정체되지 않는다"…김준수, '비틀쥬스'로 증명한 무한 스펙트럼
'비틀쥬스'로 돌아온 '김준수' 라운드 인터뷰
공연 LG아트센터 서울, 3월 22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외로움도 타고, 화도 많지만, 안쓰러운 면도 있는, 어린아이 같은 '금쪽이'로 비틀쥬스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뮤지컬 배우 김준수(39)가 다시 한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동안 드라큘라, 토드 등 주로 강렬하고 초현실적인 캐릭터를 도맡아 왔던 그가 파격적인 코미디극 '비틀쥬스'로 돌아왔다. 그는 화려한 분장 뒤에 숨겨진 치열한 고민과 도전 정신, 그리고 배우로서의 기세를 드러냈다.
23일 서울 강남구 '브릴리언트 커피'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김준수는 인터뷰 내내 '도전'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김준수에 따르면, 그는 새로운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김준수가 왜?"라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찰떡같이 어울린다"는 찬사가 뒤따랐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김준수는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게 아니라 잘 어울리는 옷만 똑똑하게 고르는 것이라는 평가에 속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이번에 '비틀쥬스'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완전히 결이 다른 본격 코미디극까지 완벽히 소화해냄으로써, 자신의 연기 영역에 한계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것까지 잘 해내면 더 이상 그런 말은 안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독하게 준비했다"는 그의 말에서 단단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원작의 비틀쥬스가 흉측하고 노회한 아저씨의 느낌이라면, 김준수의 비틀쥬스는 조금 더 다채롭다. 그는 캐릭터를 구축하며 '금쪽이'(말썽꾸러기 아이) 같은 면모를 삽입했다. 약 100억 살의 인간 아닌 존재이기에 굳이 노인의 틀에 갇힐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그는 "흉측한 얼굴로 웃기려고만 하면 관객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며 "대신 외로움도 타고 화도 많지만 안쓰러운 면도 있는, 어린아이 같은 '금쪽이'로 캐릭터를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서 "대사도 내 이미지에 맞게 수정하며 거리낌 없이 연기할 수 있는 옷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틀쥬스'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제4의 벽' 파괴가 핵심이다. 김준수는 극 중 비틀쥬스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배우 김준수 본연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그는 "공적인 자리에서 욕설을 하거나 애드리브를 치는 것이 처음엔 민망하고 걱정됐지만, 첫 공연 후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안심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가장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독백과 방대한 대사량은 물론, 슬랩스틱 코미디를 구현하는 몸짓까지 완벽하게 계산돼야 했다. 그는 연습 과정에서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라며 열 번 넘게 후회했을 정도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수많은 기계적 장치와 타이밍이 맞물려 돌아가는 '저 세상' 스케일의 공연이다.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김준수는 이를 '기세'로 정면 돌파한다.
그는 "비틀쥬스는 텐션을 최고치로 유지해야 한다"며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겨도 '어쩌라고'라는 마인드로 기세를 갖고 있으면 오히려 그 실수가 관객들에게 더 큰 재미가 된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첫 공연 때와 그 이후 공연을 거듭할수록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겨 무대 위에서 시너지를 즐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이제 '킹키부츠'나 '알라딘' 같은 쇼 뮤지컬과 블랙 코미디를 즐길 준비가 됐다고 진단했다. 과거의 진지하고 어두운 극들뿐만 아니라, 유쾌하게 웃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르 역시 사랑받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김준수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2028년까지의 대략적인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쉼 없는 활동을 예고했다. 또한 여전히 강철 같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은 타고난 목 상태와 끊임없는 자기 관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전하는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배우로서 재미가 없다"며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하고, 그 도전이 틀리지 않았음을 무대에서 증명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1988)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와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다. 201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토니어워즈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2021년에는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 무대에 올라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났다. 이번 공연은 3월 22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 무대에서 펼쳐진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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