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발레리나' 염다연 "아빠와 수없이 싸웠지만…저 가장 잘 알아"(종합)

19일 '로잔 콩쿠르 수상 기념' 염다연 기자회견

세계적인 권위의 로잔 발레 콩쿠르 2위에 오른 염다연이 19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2.19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콩쿠르나 공연 스케줄을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이 홈스쿨링의 장점인 것 같아요. 다만 학창 시절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내지 못하는 건 많이 아쉬워요. 그래도 제 목표가 해외 발레단 입단이기 때문에, 홈스쿨링이 제게 더 맞는다고 생각해요."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염다연(17)은 홈스쿨링의 장점과 아쉬운 점에 대해 밝혔다. 19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 스튜디오에서 열린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다.

염다연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결선에서 진출자 21명 가운데 2위에 올랐다. 현장 관객 투표로 선정되는 관객상도 함께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그에 대해 "섬세한 상체 움직임과 연기, 음악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수상 소식과 함께 홈스쿨링으로 발레 훈련을 이어왔다는 사실도 주목받았다. 염다연은 서울세검정초등학교와 배화여자중학교를 졸업한 뒤 정규 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며 발레에 전념해 왔다. 그의 스승은 아버지 염지훈 씨로, 1990년대 한국 발레계를 대표한 발레리노다. 뉴질랜드 왕립발레단과 미국 메릴랜드 주립발레단, 국립발레단, 유니버설 발레단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세계적인 권위의 로잔 발레 콩쿠르 2위에 오른 염다연이 19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2.19 ⓒ 뉴스1 구윤성 기자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혹독하게 가르쳐"

홈스쿨링을 결심한 된 계기에 대해 염다연은 "중학교에 다니며 발레를 병행하다 보니 학교에 있는 시간이 제게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에 연습을 더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먼저 아빠께 홈스쿨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처음엔 반대하셨다"며 "'학교생활이 기본이고 중학교까지는 마쳐야 한다, 중학교 졸업한 다음에 생각해 보자'고 하셨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염지훈 씨는 "처음부터 홈스쿨링을 생각하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다연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고 했다. 염지훈 씨는 "저도 예고를 나왔고, 강사 생활도 해봤지만, 예고에 들어가면 입시 준비의 반복"이라며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 즉 플리에와 발란스다. 그 기본을 단단히 다지게 하고 싶어 (다연이를) 혹독하게 가르쳤다"고 덧붙였다.

아버지가 스승이었던 만큼 갈등도 적지 않았다. 염다연은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싸웠다"며 "다른 학원에 가서 다른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아빠는 저를 가장 잘 아는 분"이라며 "혹독하게 가르쳐 주셨기에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 들으며 1~2시간 걷는 것 좋아해"

염다연이 발레와 사랑에 빠진 순간은 12세 때였다. 초등학교 5학년, 처음 나간 콩쿠르 무대에서였다고 했다.

"무대에 올라 조명과 시선을 받으며 춤을 추는데 제 몸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마치 날아오르는 기분이었죠.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너무 신나고 벅찼어요.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혹독한 기본기 훈련이 이어졌다. 부상도 겪었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염다연은 "발레가 정말 좋았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쉬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결국 다시 가 있는 곳이 연습실이었다"며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발레"라고 했다.

발레 외에 좋아하는 것을 묻자, 그는 "취미랄 게 따로 없다, 발레만 파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만 "풍경 사진을 찍거나, 노래를 들으며 한두 시간씩 걷는 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즐겨 듣는 노래로는 이적의 '같이 걸을까', 김필의 '청춘', 잔나비의 '꿈과 책과 힘과 벽'을 꼽았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염다연 모습.(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 제공)
"'로미오와 줄리엣' 꼭 해보고파"

로잔 발레 콩쿠르 부상으로 주어지는 장학금을 통해 염다연은 해외 유수의 발레 학교에서 수학할 기회를 얻게 됐다. 진학 가능 학교로는 영국 로열 발레 학교와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 등이 거론된다. 그의 최종 거취는 올가을 전 결정될 예정이다.

로잔 발레 콩쿠르는 인생에 어떤 경험으로 남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염다연은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 피지컬이 워낙 뛰어난 친구들도 많아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처음에는 많이 떨었지만, 점점 적응했고, 제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콩쿠르는 제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한국적인 서정성을 바탕으로 클래식과 컨템포러리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수석 무용수가 되고 싶다"며 "언젠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꼭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세계적인 권위의 로잔 발레 콩쿠르 2위에 오른 염다연(왼쪽)과 아버지 염지훈 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2.19 ⓒ 뉴스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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