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KBS교향악단 위해 내가 할 일은 '이것'…단원들, 마음 놓고 연주하라"
26일 'KBS교향악단 창단 70주년' 기자간담회
정명훈, 'KBS교향악단 제10대 음악감독 선임'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KBS교향악단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가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앞으로 단원들과 연습할 때마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KBS교향악단의 제10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거장 지휘자 정명훈(72)이 포부를 밝혔다. 임기는 악단이 창단 70주년을 맞는 내년 1월부터 2028년까지 3년이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KBS교향악단 창단 70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명훈 음악감독, 이승환 KBS교향악단 사장, 박장범 KBS 사장이 참석했다.
정명훈 감독은 여덟 살에 처음 한국을 떠났다. 미국에서 공부한 뒤 다시 돌아와 지휘자로서 처음 호흡을 맞춘 오케스트라가 KBS교향악단이었다고 했다. 그는 "외국 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늘 우리나라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지휘자를 두고 "어찌 보면 창피스러운 직업"이라며 "소리를 내지 않는 음악가는 지휘자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거대한 악기"라며 "100명이 모여 한마음으로 모여 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는 유니크하기에, 지휘자의 책임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70세를 넘기며 지휘 철학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이제 단원들에게 '마음 놓고 연주하세요'라고 말한다"며 "실수가 나오더라도 모든 책임은 지휘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가능하다면 다시 지휘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혼자 공부하고 있다"며 웃었다.
정명훈 감독은 지난 1998년 KBS교향악단 제5대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2021년에는 악단 최초의 계관 지휘자로 위촉되는 등 오랜 시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올해 진행한 브람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은 악단의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상호 신뢰가 이번 선임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그는 음악감독으로서 향후 3년간 오케스트라의 예술 운영 전반을 총괄한다. 중장기 예술 전략 수립은 물론, 단원 충원과 협연자 선정 등 악단의 내실을 다지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임기 동안 우수한 연주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국제 무대와의 교류를 확대해 KBS교향악단의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 감독은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악단에서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최근엔 아시아인 최초로 이탈리아 오페라 명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2027년~)으로 선임되며 국제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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