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무용단 베테랑 박수진·신예 박희주…"'10분의 美' 보여드릴 것"
'안무가 랩: 듀오'에 출연하는 박수진·박희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서 18~21일 공연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올해로 창단 51주년을 맞은 서울시무용단의 기세가 무섭다. 4월 '스피드', 8월 '일무', 11월 '미메시스'까지 올해 선보인 세 작품이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전통 한국 춤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힌 무대는 젊은 관객층까지 끌어들이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무용단은 올해 마지막 무대로 2인무를 콘셉트로 한 공연을 선보인다.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열리는 '안무가 랩: 듀오'다. '안무가 랩'은 단원들의 창작 역량을 발굴하고, 한국 무용의 내일을 탐구하는 무용단의 프로젝트. 이번 공연에는 최고참 박수진(55)과 최연소 박희주(25)가 각각 듀오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을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공연을 앞둔 소감을 묻자, '무용단 31년 차'인 박수진은 "저녁 늦게까지 연습해도 몸이 힘들지 않다"며 웃었다. "춤추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인 것 같아요, 춤을 추는 내내 제 존재의 의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피곤한 줄도 모르겠어요."
박희주는 "지난해 11월 입단해 이제 막 1년이 됐는데, 2인무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군무할 때보다 좀 더 섬세해지고, 생각도 깊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집중하며 연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총 다섯 편의 2인무로 구성된다. 각 작품은 약 10분 내외로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박수진은 은혜량(40)과 공동 안무작 '바앙'(Room)을, 박희주는 오정윤(33)과 함께 '니나'(Neena)를 선보인다.
"'방'에는 느슨함과 고독, 고립의 감정이 함께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방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공존하는 곳이자, 가족이 모였다가 혼자 남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바앙'이라는 제목에는 관객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을 갖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박수진)
"'니나'는 오정윤 선배가 안무를 만들었는데, '니'(泥)는 진흙, '나'(娜)는 아름다움을 뜻해요. 진흙에서 태어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죠. 외적인 미가 아니라, 생명체를 품은 여성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박희주)
박희주는 작품의 특징에 대해 부연했다. "무대 전체가 아닌, 가로·세로 3.5m 정사각형의 카펫 안에서 춤을 춘다"며 "돌아다니며 추는 춤이 아니라, 가둔 공간 안에서 오밀조밀하게 움직이는 춤"이라고 했다. 이어 "제 역할은 선배의 분신이기도 하고, 출산 이전의 세포일 수도, 쌍둥이일 수도 있는 열린 존재"라며 "저는 이 과정을 '출산의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진은 이번 공연 참여를 두고 적잖이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안무작 접수 마감일까지 고민했어요. 에너지 넘치는 후배들과 경쟁하면 밀릴 것 같기도 했고, 10분을 어떻게 채울지 걱정도 컸죠. 그래도 계속 몸을 움직이고 고민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 저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희주는 박수진의 작품을 "살풀이 같은 한국적 정서가 살아 있는 진짜 '한국형 컨템포러리'"라며 "저희 작품은 관객이 보기엔 그냥 '컨템포러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즉 '바앙'이 전통 무용과 현대 무용을 접목한 '한국적인 컨템포러리 댄스'라면, '니나'는 전통적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은 '컨템포러리 댄스'에 가까운 셈이다.
박희주는 이어 "한국 무용의 방향으로 춤을 발전시키는 것이 저희 세대의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떤 무용수가 되고 싶은지 묻자, 박수진은 "요즘은 '내가 언제까지 춤출 수 있을까' 싶어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다"며 "춤출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춤을 추는 게 목표다,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그리고 즐겁게"라고 말했다.
박희주는 "지금은 다양한 작업을 흡수하는 단계"라며 "어떤 안무자를 만나도 잘 받아들이고, 어디에 가도 스며드는 무용수, 결국 '쓰임이 많은 무용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안무가 랩: 듀오'를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박수진은 "단 두 명의 무용수가 10분 안에 이렇게 밀도 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라며 "관객들이 춤을 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위안까지 얻고 가실 수 있는 공연이라고 자부한다"라고 밝혔다.
박희주는 "우리 무용단만의 '맛'이 있다"라며 "대중적이면서도 순수무용의 결을 잃지 않은 매력, 대중성과 순수함이 결합한 맛을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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