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감각을 탐험하다"…송승은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전

눈 컨템포러리 28일~12월 28일

송승은, 저녁에 내려앉는 팔, 2025, oil on canvas, 65.1 x 53 cm (눈 컨템포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눈 컨템포러리는 오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송승은 작가의 개인전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복잡한 이야기가 아닌, 그림 속 장면에서 느껴지는 미묘하고 희미한 '감정의 떨림'에 집중하는 작가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소개한다.

송승은의 그림은 오래된 작품, 소설, 개인적인 기억 등 다양한 시간과 감각의 조각들을 엮어 하나의 화면을 만든다. 이 화면은 완성을 향해 가지 않고, 형태를 억지로 고정하지도 않는다. 대신 조각들이 머물고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울림의 농도'를 탐색하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의 작업은 분명한 문장이 아니라, 어떤 느낌이 지나간 뒤 남은 '잔향'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모은 이미지 조각으로 콜라주를 만들지만, 표면적인 느낌에 갇히지 않기 위해 이를 바로 캔버스에 옮기지 않는다. 대신 목탄화로 다시 그려서, 이미지 안에 숨은 빛과 구조의 밀도를 찾아낸다. 이 목탄화 과정은 평면적 이미지에 깊이를 더하고 그림의 본질적인 리듬을 되살리는 '숨결 되찾기'와 같다.

이후 목탄화 위에 유화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색은 화면을 채우는 용도가 아니라, 빛이 남긴 감각을 해석하는 언어처럼 쓰인다. 물감의 두께, 붓 자국, 긁힘의 흔적들이 층을 이루며 화면은 피부처럼 조밀한 밀도를 얻는다. 작가는 색과 빛이 서로 침범하지 않고 얇게 숨 쉬듯 공존하도록 조절하며, 그림은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 아닌 '감각이 머무르는 구조'로 남게 된다.

송승은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전 전시 전경 (눈 컨템포러리 제공)

전시 제목 '나의 무겁고 부드러운 팔'에서 '무거움'은 시간과 미완의 움직임이 쌓인 농도이며, '부드러움'은 그 무게를 풀어주는 방식이다. 작가는 아래로 늘어지는 팔이나 떠 있는 발처럼, 반대되는 힘들이 서로 사라지는 대신 튕겨 오르는 리듬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작품 속 물방울, 마스크, 새 같은 요소들은 이야기를 완성하기보다 여백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송승은의 회화는 완전한 형태에 도달하지 않은 '미완의 상태'로 충만하며, 이 불안정한 흔들림 자체가 세계를 이루는 질서가 된다. 전시는 감각이 눌렸다가 다시 떠오르는 회화적 진동의 기록이다.

송승은 작가는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