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소아기 ADHD 치료군, 성인 과체중 위험 더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12년 장기 추적결과 발표…키 차이는 없어
연구진 "'약물 치료' 중단 의미하지 않아…전문의 처방 하에 복용해야"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왼쪽), 송지훈 고려대 구로병원 의생명연구센터 연구교수(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소아·청소년기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성인이 된 이후 체질량지수(BMI)와 연관돼 나타난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성장기에 메틸페니데이트를 1년 이상 사용한 집단에서 성인기 과체중·비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키의 경우 통계적으로는 차이가 있었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송지훈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ADHD를 새롭게 진단받은 소아·청소년 3만 4850명을 최대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ADHD는 주의력 저하,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질환으로,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난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증상 조절 효과가 입증된 1차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만 ADHD 자체와 약물 치료 경험이 성장기를 지나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신체 지표와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장기 추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에 주목해 ADHD 진단과 치료 경험이 성인기 BMI와 키에 어떤 관련성을 보이는지를 전국 단위 자료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소아기(6~11세)에 ADHD를 진단받은 1만 2866명과 청소년기(12~19세)에 진단받은 2만 1984명이었으며, 연령·성별·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ADHD가 없는 대조군을 1대1로 배합했다. 이후 성인기(20~25세)에 시행된 국가건강검진 자료를 통해 BMI와 키를 평가했다.

메틸페니데이트 사용 여부는 ADHD 진단 이후 4년간의 누적 처방 기록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누적 사용 기간은 1년 미만과 1년 이상으로 나눴으며, 다른 정신과 약물 사용 여부, 동반 질환, 추적 기간 등도 모두 보정 변수로 반영했다.

소아에서 ADHD 진단 및 메틸페니데이트 사용 여부에 따른 성인기 BMI와 키(서울대병원 제공)

그 결과, 소아기에 ADHD를 진단받은 집단은 ADHD가 없는 대조군보다 성인기 평균 BMI가 유의하게 높았다. 소아기 ADHD 진단군의 성인기 평균 BMI는 24.3kg/㎡로, 대조군(23.3kg/㎡)보다 높게 나타났다. 과체중·비만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ADHD 진단군에서 약 1.5배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메틸페니데이트 치료를 받은 집단에서 더욱 뚜렷했다. ADHD 진단 후 메틸페니데이트를 사용한 경우, 성인기에 과체중·비만으로 분류될 가능성은 대조군 대비 약 1.6배 높았다. 특히 누적 사용 기간이 1년 이상인 집단에서 평균 BMI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고도비만(BMI 30 이상)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함께 증가했다.

키의 경우 결과는 다소 달랐다. ADHD 진단 여부만으로는 성인기 평균 신장에 차이가 없었다. 메틸페니데이트 치료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는 평균 신장이 소폭 낮게 나타났으나, 여성에서 확인된 평균 신장 차이도 1cm 미만에 그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저신장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저신장으로 분류될 가능성은 메틸페니데이트 치료군에서 약 1.08배 높았지만, 효과 크기는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메틸페니데이트 누적 처방 기간과 신체 지표 간 상관관계도 함께 분석했다. 누적 사용 기간과 BMI 사이에서는 약한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됐고, 키와의 상관관계는 전반적으로 매우 약했다. 연구진은 체중과 체형 변화는 일정한 기간·용량 반응 양상을 보였지만, 키 변화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ADHD 자체의 특성과 치료 과정에서 동반되는 생활 양식 변화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DHD 아동은 불규칙한 식사, 낮은 신체활동, 수면 리듬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메틸페니데이트는 단기적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식사 패턴과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함께 고려됐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주로 수면 중 이뤄진다는 점에서, 수면 질 저하가 성장 궤적에 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메틸페니데이트 치료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1저자인 송지훈 연구교수는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증상 조절에 효과적인 치료제"라며 "이번 연구는 치료 자체의 위험을 강조하기보다, 성장기 환자에서 체중과 키 변화를 정기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박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아·청소년기 ADHD 치료 경험과 성인기 신체 지표의 연관성을 전국 단위 자료로 장기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학업 성취나 집중력 향상을 목적으로 전문의 처방 없이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성장과 체형 발달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관찰 연구의 한계도 함께 제시했다. 부모의 체형, 사춘기 발달 시점, 수면과 식습관 같은 생활 요인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고, 처방 기록이 실제 복약 순응도를 완전히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으며, 장기적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JAMA) 오픈액세스 학술지인 'JAMA Network Open' 1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