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풋볼 리그 개막 [김정한의 역사&오늘]
1888년 9월 8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88년 9월 8일,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정규 축구 리그인 '풋볼 리그'가 공식 닻을 올렸다. 이전까지 영국 축구는 단판 토너먼트인 FA컵과 불규칙한 친선경기가 전부였다. 경기 취소와 무질서한 일정은 각 구단의 재정을 갉아먹었다.
혼란을 타개한 인물은 애스턴 빌라의 이사 윌리엄 맥그리거였다. 그는 각 구단이 정기적인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맞붙어 승점을 다투는 리그 시스템을 고안했다. 1888년 봄, 런던과 맨체스터에서 연이어 열린 구단 대표회의 끝에 창설이 결의됐다. 참가 구단은 애스턴 빌라, 프레스턴 노스 엔드, 에버턴, 블랙번 로버스, 울버햄프턴 원더러스 등 잉글랜드 중북부와 미들랜즈를 대표하는 12개 클럽이었다.
운명의 9월 8일 오후, 볼턴 대 더비 카운티, 에버턴 대 애크링턴 등 리그 역사상 첫 다섯 경기가 일제히 킥오프를 알렸다. 수천 명이 흙바닥 피치 주변을 에워쌌고, 볼턴의 케니 대븐포트가 공식 집계상 리그 제1호 골을 터뜨리며 그라운드를 달궜다. 90분 경기와 균등한 승점 배분이라는 혁신적 제도는 현장 축구팬들의 심장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초대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프레스턴 노스 엔드였다. 프레스턴은 정규 시즌 22경기에서 18승 4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그해 FA컵까지 전승으로 휩쓸며 잉글랜드 축구사 최초의 무패 '더블'을 달성했다. '무적'이라는 영광스러운 별칭은 바로 이 첫 시즌에 완벽하게 박제됐다.
풋볼 리그의 출범은 19세기 산업혁명기 노동계급의 주말 여가 문화를 획기적으로 탈바꿈시킨 거대한 사회적 사건이었다. 토요일 오후마다 공장 굴뚝을 벗어난 노동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 클럽의 깃발 아래 집결했다. 축구는 흩어진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유대이자 새로운 계급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풋볼 리그는 훗날 프리미어리그(EPL)라는 거대한 글로벌 상업 스포츠 제국으로 진화하는 원형이 됐다. 규칙을 규격화하고 승점을 축적해 서사를 만드는 현대 프로 스포츠의 기본 문법은 바로 이날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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