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서비스(SMS) 탄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1992년 12월 3일

SMS 문자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92년 12월 3일, 짧고 간결한 소통의 혁명이 시작됐다. 한때 전 세계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꾼 '최초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서비스(SMS)'가 이날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당시 영국 세마그룹 소속 소프트웨어 설계자 닐 팹워스는 한 통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수신자는 통신사 보다폰의 임원이었던 리처드 자비스였다. 내용은 단 두 단어,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였다.

당시의 휴대전화는 문자 수신만 가능했고, 발신 기능은 아직 없었기 때문에 팹워스는 컴퓨터를 이용해야 했다. 문자를 받은 자비스는 파티 중이었고, 이 찰나의 메시지가 훗날 세상을 뒤바꿀 거라는 사실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SMS는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단 160자로 길이가 제한됐지만, 이 제약은 오히려 짧고 간결한 소통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음성 통화 중심이었던 시대에 텍스트 기반의 실시간 소통 방식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듬해 핀란드의 노키아가 문자 전송 기능을 탑재한 휴대전화를 상용화하면서 SMS는 급속도로 확산했다.

처음에는 복잡한 입력 방식과 통신 환경 문제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곧 저렴한 비용과 언제 어디서든 소통 가능하다는 압도적인 편리성 덕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통신사 간 문자 연동이 가능해진 1990년대 후반부터 SMS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고, '엄지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젊은 세대의 주된 소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트위터의 초기 글자 수 제한이 이 SMS의 160자 제한에서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그 파급력은 거대했다.

비록 이후 모바일 메신저 앱의 등장으로 그 지위가 예전 같지 않지만, 이 최초의 문자메시지는 단순히 소통 수단을 넘어선 혁신이었다. 이후 등장한 모든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의 원형이 됐다. 디지털 시대 소통의 문이 열린 일대 사건으로 기억된다.

acenes@news1.kr